눈 오는 날 - 박미산

우체통이 붉은 입술처럼 열리네 선운사 동백꽃이 피었다는 전보가 도착하고 마주 앉은 그녀의 말이 점점 높아지네 우리는 풍천장어 헤엄치듯 선운사로 달려가네 주체할 수 없는 눈을 타고 음악은 펑펑 흐르고 위험을 매달고 달리네

붉은 꽃잎이 떨어지네, 술잔에 폭음이 쏟아지네 우리의 목도 꺾이네 선운사 새벽 종소리에 오줌보가 출렁거리네, 사방팔방으로 솟구치는 오줌기둥이 머리를 치네 머리통은 부서지고 머리뼈는 골 아픈 하늘과 내통하네

부서진 머리뼈는 동백장을 하얗게 덮고 동백꽃을 아직까지 흔들고 있다네

<시인 약력> 인천 출생 / 고려대 국문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 ‘유심’ 신인상, 세계일보 신춘 문예로 등단 / 시집 ‘루낭(淚囊)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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