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전략적 사고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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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외국을 토양으로 활동하는 몇몇 지인들과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수입을 했다가 비용을 두 배로 지불하면서 거의 아사 직전에 있는 동료가 있는가 하면, 일본에 강의를 하러 갔다가 횡재를 한 선배도 있었다. 환율이라는 조그마한 변수가 인생을 바꾸고 있었다. 이처럼 경제의 세계화는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문제는 우리가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현재의 테두리에서 나눠먹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첫째 농업사회를 지나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에 왔으나 지금 새로운 비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탄소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편하려는 변화는 단순히 경제 구조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삶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녹색성장의 화두에 우리는 진지하게 화답해야 한다. 특히 경기도청이나 시·군이 얼마나 여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둘째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는 최대 소비지인 미국을 향해서 경제 구조를 형성해 왔다. 산업구조도 미국 시장에 맞추어 발달해온 셈이다. 그러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미국의 일국 중심 경제 체제에 대한 변혁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우리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시 개발도상국의 지위로 돌아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미국에서 나오는 자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 보고서를 번역하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 펀드매니저의 전략을 추종하고 있으니 이들을 극복할 수가 없다.

셋째 부족한 자원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아직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한국의 면적은 지구의 1%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자원 영토 면적은 0.01%에 불과하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가 자원에 대해 너무 무감각하다.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 펼쳐지는 자원 외교에 대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오랜 만에 한국에 온 지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공교육의 문제였다. 이런 시스템과 이런 교육 방식으로 21세기의 엘리트를 길러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푸는 연습만 하지 문제를 만드는 능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사고가 필요한 시기에 아직 흉내 내기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입 속에서 되새기는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린 마음을 배우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미국 기업의 발전 속도가 시속 100마일인 데 반해, 관료 조직은 25마일, 교육은 10마일 그리고 정치 조직은 3마일로 변화하고 있다고 비유한 바 있다. 민간 기업의 발전을 지원해야 할 조직들이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우리의 국회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갈등을 조정하고 미래를 제시해야 할 정치가 시계(視界) 제로의 상태일 뿐만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쇠망치와 전기톱이 난무하고 인간 쇠사슬이 등장하는 모습은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우리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국회는 민주화 이후에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우리의 생각과 삶을 경직되게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새해 화두로 ‘미래’를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를 생각해 보았다. 기존의 일상적 삶이 아니라 새로운 세기를 열어가기 위한 세계사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각 영역의 지도자가 되려는 집단과 사람들의 비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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