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이대로 둘 것인가?

조장호 경영학박사·전 한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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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방영된 TV 시사기획 ‘빛바랜 졸업장’이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얻지 못하는 이 나라 젊은이들이 올해 100만명을 넘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해마다 55만명씩이나 되는 젊은이들이 대학문을 나서지만, 이들을 맞이해야 할 사회적 현실은 혹독하기 그지없다. 때문에 취업에 실패한 졸업생들 가운데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는 고된 뱃일까지도 마다 않는 이들이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청년실업이 문제로 등장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날 DJ의 국민정부 때부터였으니 거의 10년을 끌어오는 묵은 숙제가 바로 이 청년실업이다.

통계상, 청년실업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못 찾는 15세에서 29세까지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대학 들어가기가 쉬워지면서 실업계 고졸자의 대부분(2008년 73%)이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실업이 곧 대졸 이상의 고학력 실업이라고 말해도 별 탈이 없을만한 지경이 됐다.

지난 18일 발표된 2월말 현재 대졸실업자는 1년 전(작년 2월)보다 무려 24%나 늘어났다고 하니 엄청난 증가율이다.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까닭이다.

첫째는 많은 고용능력을 가진 제조업체들이 중국 동남아 등으로 떠난 지 이미 오래 됐고, 둘째는 불경기로 기업들이 채용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는데다, 도산까지 늘어났기 때문이요. 셋째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 즉 노조의 반대로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고, 그리고 넷째는 해를 거듭할수록 누적되고 있는 엄청난 수의 취업 준비생으로 그 경쟁이 바늘 귀만큼이나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정이 지금 대학 졸업학년 뿐만 아니라, 모든 재학생들과 그 부모들까지도 우울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여러 궁리 끝에 졸업을 늦추고, 군 입대를 하고, 대학원 진학이나 학사편입을 하는 사례도 많은 것 같고, 이도 저도 선택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겐 취업자체를 포기하게 하는 현상까지도 일어난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길러낸 고학력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놀린다는 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노동력 등 인적자원의 고령화는 생산성과 위기관리능력을 떨어뜨려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것이 불황탈출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지만, 청년 인력은 기업과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잠재적인 원동력이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묵은 찌꺼기를 걸러내는 이른바 ‘새로운 피’인 셈이다. 때문에 당연히 청년실업 대책의 근간도 이들의 전공과 적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데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금 정부가 당장 급한 생계보장과 사회안전망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련의 임기응변적 불황대책을 보다 구조적인 시각에서 보완 또는 재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목건축 사업에서의 일용직이나 공공기관에서의 배달, 안내 등 단순작업형 인턴채용은 실업자 대책이외의 다른 의미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보다는 IT, BT 등 국가 성장동력 부문의 인력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직업훈련과 정규직 취업지원, 창업지도를 강화하고, 한미, 한 EU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서 많은 기업들이 국내로 오도록 서두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기업들 역시 고통분담 차원의 ‘잡 셰어링’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요즘 SK텔레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43개 기업의 사회적 기업 협약식이나, 임원봉급 삭감과 직원 임금동결로 마련한 재원으로 5천500명의 대졸 정규직원을 뽑기로 한 삼성그룹의 발표는 이런 관점에서 바람직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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