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그 나라 문화다

김동훈 건축사·㈜진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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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앙 정부에서 모든 용역의 조기 발주를 권장 하는 통에 그 열풍은 더욱 강하게 불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이 간판정비 개선 사업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을 만들까 모두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잘 정비 되었다는 몇몇 곳을 가보면 모두가 유사한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파나플랙스라는 재료를 이용해 커다란 상자에 조명을 넣어 발광하는 간판 형태였다면 이제는 글씨만 돌출 형태로 나타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기에는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은 사실인데 어디를 가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니까 각 지역마다의 특징이 없다. 심지어는 선진국 견학을 다녀온 후 여과없이 유사한 형태로 제작해 스스로 공공디자인 식민지화(?)를 자처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분명 간판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건물과 어울리는 디자인 거리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어야 하는데 왠지 2%부족이다. 현재 우리나라 간판 디자인의 대부분을 산업디자이너 분들이 하고 있다. 그분들은 주로 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이나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분들이다. 아마 건축을 전공한 분들이 간판 디자인을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간판이라는 것이 건물의 일부분인 데도 말이다!

디자이너(designer)와 예술가(Artist)는 영문으로 보더라도 구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통념상 디자이너를 예술가라고 부르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것을 즐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가 지금 “디자인은 문화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을 가지고 수선을 피우는 것 같다.

디자인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 됐다. 기존 사용자의 경험과 의견을 덧붙여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튼튼하게 기왕이면 보기 좋게 재탄생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이 세 가지만 가지고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고 여기에 정신적 감성을 첨가해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컨셉트(Design Concept)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80년대 후반 88올림픽을 유치하면서 호돌이를 상징화 한 올림픽 관련 디자인들이 나오면서 디자인이란 말이 대중들의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즉 올림픽이 우리에게 공공이란 개념을 도입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국제적 감각의 향상된 디자인들을 경험해 보니까 기존의 것들과의 비교로 더 좋은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사회는 서서히 국제 감각에 맞는 디자인으로 발전하게 되는 디딤돌을 가지게 됐다.

디자인이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디자인에 의해 변하게 되는 사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디자인의 변화는 문화 발전의 힘과 비례하며 디자인의 변화는 경제력과 비례한다. 디자인의 변화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의 척도이기도 하다.

세상은 인터넷이라는 수단에 의해 국가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단일 민족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다문화 가정을 인정하고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이렇듯 사람들의 개념이 바뀌고 기준이 변화하는 시대에 과연 디자인은 어떤 역할과 영향을 주고 있을까? 공공을 중시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시대에 세계의 모든 정보가 한사람의 손아귀에서 파악되고 평가되는 시대이다. 이미 글로벌화 된 시대에 그렇게 따라오지 못하는 자들은 방황과 방관만을 하게 된다. 치열한 전쟁터 같은 삶에 있어서 우리는 과연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누구인지에 대해 한 발자국 물러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변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DNA는 결코 별할 수 없는 것처럼 디자인은 그 나라의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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