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 한 덩이- 공 광 규

청계천 관광마차를 끄는 말이

광교 위에 똥 한 덩이를 팍! 싸놓았다

인도에 박아놓은 화강암 틈으로

말똥이 퍼져 멀리멀리 뻗어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잘게 부순 풀잎 조각들

풀잎이 살아나 퇴계로 종로로 뻗어가고

무교동 인사동 대학로를 덮어간다

건물 풀잎이 고층으로 자라고

자동차 딱정벌레가 떼 지어 다닌다

전철 지렁이가 땅속을 헤집고 다니고

사람 애벌레가 먹이를 찾아 고물거린다

<시인 약력> 1960년생/동국대 국문과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동서문학 등단/시집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시론집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 ‘시 창작 수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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