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주식, 부동산 시장

조장호 前 한라대 총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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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그러니까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인 박영수는 우리 측 송영대 통일부 차관에게 이른바 ‘서울 불바다’ 위협을 험한 용어로 삿대질까지 해 가면서 불쑥 내놓았다.

당시는 마침 제1차 북핵위기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돼 있던 때여서, 곧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일거에 조성됐고, 당연히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라면과 양초, 부탄가스 등 피란용품의 사재기까지 함께 일어났었다.

이후로도 북한은 걸핏하면 이런 방법으로 우리를 협박했고, 그때마다 시장은 동요했고, DJ(김대중)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그들에게 지원을 계속했다. 전쟁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지만 북측은 그동안 많은 돈을 우리에게서 얻어 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현상이 요즘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잇따른 협박발언(불바다를 포함해서 전쟁불사, 선전포고 등 20여건)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세계를 발칵 뒤집은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재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나 증권시장에선 전혀 흔들림이 없다.

증권시장이 이미 작년 10월보다 45% 넘게 올랐고, 파생금융시장이 7주연속 상승기류를 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큰 폭으로 떨어졌던 강남권 아파트 값이 단번에 종전 값을 회복했고, 판교 등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인파가 몰리기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북의 위협엔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가 됐다. 오늘 북측이 우리와 만나기로 했으니, 거기서 어떤 위협을 하게 될 런지 모르겠지만, 이제까지의 분위기로 보자면 웬만해선 시장이 그리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돈들이 별로 움츠러들지 않고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란 얘기가 된다. 시장에는 지금 엄청난 규모의 대기자금들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에 맡겨진 고객예탁금이 벌써 15조원에 이르렀고, 머니마켓펀드(MMF)자금이 120조원으로 치솟은 데다, 한 번 주문 1억 원 이상 되는 거래가 이달 들어서만 94%나 늘었다. 이젠 큰 손들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은 것 같고, 외국인들도 쉽게 빠져 나갈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현상을 정상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주가회복이 세계경기가 바닥 친데 따른 기대감에서 나타난 안도랠리냐, 그렇지 않으면 경기회복을 위해 각국이 쏟아 부은 너무 많은 돈(과잉 유동성)이 만들어 내는 유동성 랠리냐 하는 점이다.

만약에 전자(안도랠리)의 경우라면 문제될 것이 별로 없다. 머지않아 실물부분(기업생산 출하 및 가계소비 등)이 이를 뒷받침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에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후자(과잉 유동성)의 경우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물 회복과 동떨어져 머니게임으로 치닫게 되고, 거품이 생겨나고, 이 거품은 인플레를 불러오게 돼 결국엔 경기를 주저앉히는 까닭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 우려 했듯이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은 분명히 과잉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진작을 위해 한국은행이 시중에 방출한 자금들과, 주택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조치에 따른 은행권의 가계대출 확대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 냈으니 그 불가피성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답답하기론 아직도 경기가 막막한 처지에 이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하나의 해답은 풀어 낸 돈들이 실물경제로 흐르도록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뿐이다.

한국갤럽의 19일자 발표를 보면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25개국 가운데 한국민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때론 시장을 빠르게 흥분시킬 수가 있다. 이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조절과 은행들의 가계대출에 대한 한도관리 등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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