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

김동훈 건축사·㈜진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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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네 이장님으로부터 어머님께서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선정 돼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개최되는 ‘효 경로잔치’ 행사에서 표창을 받으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어머님은 항상 당신보다는 자식들을 위해서 한 평생을 희생하시며 살아가시는 분이시기에 몇 번의 표창 추천에도 항상 사양 하셨다. 이제 자식들이 성장해 지역사회에서 그나마 자리를 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알고 계시는 어머님께서 이번에는 기꺼이 표창 추천에 동의 하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살고 계시는 동네 분들의 의견이 반영된 표창이라 그 빛은 더욱 빛난다.

이장님으로부터 수상소식을 접한 며칠 후 이른 아침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애비야 나 이번에 상 받는데 너 올 수 있니?” 대답도 하기전에 전화가 끊겼다. 항상 어머님은 전화 하실 때 당신 하시고 싶은 말씀을 다 하시고 나면 전화를 그냥 끊으신다. 채 10초도 안되어 “네! 가겠습니다” 말씀 드렸는데 뚜-뚜-뚜. 본래 새벽잠이 많은 나는 정신이 번쩍나서 다시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왜 이렇게 좋은 소식을 어머니 말씀만 하고 그냥 끊으세요?”, “너 조금 더 자고 출근하라고 그랬다. 근데 그날 올 수는 있는 것이냐?”,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어머님 전화를 받고 재빨리 스케줄을 보니 같은 시간에 시 경관심의가 처음으로 열리는 날이었다. 위촉장 수여식도 있고 또 첫 심의라 불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머님이시라면 자식이 표창을 받으면 어떻게 하실까 생각을 해 보았다. 생각해 보나 마나 어머님은 만사를 제치고 자식 시상식장에 참석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한 것이다. 내가 몇 해 전부터 어머님을 찾아뵙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핑계 같지만 토, 일요일마다 웬일들이 그렇게 많은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매주 찾아뵙던 것이 이제는 한 달에 한번 정도도 찾아뵙기가 힘들다. 마음속에는 항상 무거운 죄책감을 가지고 자주 찾아뵈어야지 하면서도 영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어쩌다 시간을 내서 어머님을 찾아뵈면 “바쁜데 왜 왔어?” 하시며 온 길에 한숨 자고 가라고 말씀 하신다. 애비는 회사일이다, 학교일이다 등등으로 잠도 제대로 못자서 얼굴이 항상 안 되어 보이니 기왕에 여기 온 거 잠이나 자고 가라는 것이다. 사실 어머님을 찾아 뵐 때면 심신이 피곤해 있을 때가 많다. 못이기는 척 하며 어머님께서 주무시던 자리에 들어 누우면 금세 따뜻한 어머님 온기를 느끼게 된다. 어머니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라고 말씀 드리면 “애비 바쁜 것 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고 하신다. 한동안 정신없이 낮잠을 자고 눈을 뜨면 어머님은 옆에 앉으셔서 나를 내려다보시며 애비도 이제 건강 챙기어라 하신다. 항상 자식 걱정이시다.

애비야! 나는 네가 자주 안와도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애비 좋은 소식을 접하면 기분이 좋으니 내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이런 어머님께서 자랑스러운 어머니 표창장을 받으시는 날 결국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아마 어머님께 여쭤 보았어도 어머니는 이제 애비는 내 개인 자식이 아니고 나라에 봉사해야 될 몸인 데 당연히 시 심의에 참석하라고 하셨을 것이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제 가슴속에 항상 전문가는 자기의 전문지식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여야 한다는 말씀을 깊이 새기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세상없어도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하겠다.

사랑 합니다 어머니!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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