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이상명 수원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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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둘이 서로 싸우는데 어른이 싸움을 멈추고 화해를 시키면, 상대방이 잘못했다며 씩씩거리기 일쑤다. 그러나 시간이 좀 흐르거나 혹은 장난감이 생겨 빠져 들다보면 싸웠던 일은 개의치 않고, 그 속에서 깔깔거리며 다시 친구로 돌아간다. 이같은 어린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에게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영감을 주곤 한다.

“서로 사이좋게 놀아라”, “싸우더라도 곧 화해하고 용서해줘라” 등 이런 말들은 귀에 따갑도록 부모님이나 어른들을 통해 들어왔던 말들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가면서 아이들에게 그런 행동을 요구하지만, 실상 ‘화해’나 ‘용서’는 말뿐으로 그치고 만다.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 ‘화해와 용서’를 보기란 더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과정에서도, 남과 북의 치열한 불신과 군사력 증강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작은 희망마저도 지키기 어렵다는 한 숨이 절로 나온다. 남과 북의 불행한 과거를 바탕으로 한 증오와 폭력의 반복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안되니, 최소한 대결과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후대들에게 물려주는 것만은 중단해야 한다.

각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힘겨운 과정을 통해 남북간 화해의 노력은 계속되어 왔고, 6·15선언 및 10·4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향해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건너왔던 화해의 징검다리를 거꾸로 돌아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속상하다.

북의 핵이 남과 북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에 결코 이로움을 줄 수 없다. 또 이를 이유로 군사대국화로 길을 잡으려는 한국, 일본, 중국 정부의 노력 역시 평화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극 앞에서 우리 사회는 분열을 딛고 화해와 통합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은 당면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대결을 조장하는 발언이나 정책을 버려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진정성있는 화해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또 그 과정에서 남과 북의 젊은 세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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