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학교에서 ‘공직 참여 교수의 휴직에 대한 대학 내규’ 초안이 공개되면서 선거철도 아닌데 때 아닌 폴리페서, 즉 몸은 대학에 있으면서 마음은 늘 정치판이나 관가를 향해 가 있는 교수들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영어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단어가 그리 생경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양쪽을 오가면서 교수직을 정계나 관계의 고위직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쯤으로 생각하는 교수들이 한국사회에 너무나 많았고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공직이나 정치참여를 근원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권력’을 택하든 ‘학문’을 택하건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책임의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동료 교수들에게 부당한 의무를 전가하는 일부 정치참여 교수들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대의 초안은 일부 비윤리적인 폴리페서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선출직 공직 출마자만 해당 학기 시작 전에 휴직을 하도록 하고 있을 뿐, 비례대표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에는 학기 중이더라도 상관없이 출마나 임용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구차하게 상위법인 공무원법과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은 하고 있지만, 결국 대학사회의 폴리페서에 대한 규제 의지가 학생들의 학습권 수호 의지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폴리페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개정 법안도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2004년,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법 및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직교수가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임기시작일에 자동으로 교수직을 내놓고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된 경우에는 1년 이내에 교수직을 사퇴하도록 명문화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교수 출신 동료 감싸주기 행태, 교수들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의 과장된 믿음 등이 맞물려서 법안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공자, 맹자, 플라톤 등 소위 말하는 당대의 현자라고 불려졌던 사람들의 일반적 행태이지만, 어설픈 지식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시도가 남긴 역사적 피해들을 곰곰 살펴보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더욱이 요즘 세상은 교수들이 갖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알량한 전문 지식으로 무엇인가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문적 성과와 경륜을 현실에 적용시켜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교수직을 과감히 버리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이게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 정치판도가 변화할 때마다 소위 ‘줄을 서는’ 교수들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인 대학과 학문에 충실한 사람을 본 적이 없으며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본 적도 없다. 돌아 올 자리는 확보해 놓고 일단 열심히 해보겠지만 ‘아니면 말고’식의 교수라는 자들에게 내줄 자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불행이며 대학과 학생들의 불행이다.
교수의 전문적 지식이 활용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각종 정책, 경영, 경제, 사회문제 등에 대한 자문과 평가는 여전히 교수들의 몫이다. 어쩌면 꼭 해야 할 역할이자 책임이다. 이런 활동에 사심 없이 힘을 쏟는 교수들은 크게 환영한다. 그러나 무엇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력의 자리’를 취하고자 한다면 전력투구의 의지를 스스로 다지기 위해서 또한 자리에 있는 동안 ‘사심 없음’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교수직은 내놓고 갔으면 한다. /공유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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