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이 뭐 별건가

얼마 전 ‘전국 자전거도시 협의회’ 창립총회가 안양시에서 있었다. 서울 강남구 등 25개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자전거 이용 활성화’의 동참 대열에 합류했는데, 초대 회장에 선정된 안양시의 시책 가운데 가장 친근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것이 ‘자전거’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개념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세발 자전거로부터 시작해 넘어지고 깨지면서 두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그 순간의 희열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동안 우리는 자전거와 함께 해왔다. 학교 갈 때, 일 나갈 때, 마실 갈 때 그리고 장 보러 갈 때 자전거는 우리와 한몸이었다. 그야말로 온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최고의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유난히 공기도 맑았고 가족간에 오가는 얘기와 웃음소리도 컸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면서 우리는 자전거를 외면하며 살아왔다. 너무나 빨리 달려왔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을 위해 아귀로 달려오지는 않았던가. 이제 조금 천천히 달려보자. 잠시 길을 멈춰 뒤도 돌아보자. 좌우도 둘러보고 미소를 건네는 여유를 가져보자. 느림의 미학을 온 몸으로 만끽해보자. 자전거는 세상에서 좋은 걸 참 많이 갖고 구른다. 저기 저 시골길을 지나는 자전거는 한 폭의 그림이고 도심을 누비는 자전거는 삶의 에너지다. 혼자 타면 호젓해서 좋고 젊은 남녀가 함께 하면 러브 스토리가 된다. 힘차게 발을 구르는 아이는 밝은 미래를 노래하고 날렵한 헬맷과 스카프로 멋을 낸 노부부의 자전거에서는 연륜과 넉넉함이 배어난다.

최근 내가 살고 있는 안양시의 자전거 타기 활성화 노력에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자전거 시민들 또한 여간 사랑스러운 게 아니다.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자전거와 친해지자. 우리 모두 자전거 천국도시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보자. 그것이 녹색교통이고 녹색생활이자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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