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아파트 정원을 걷는다

소나무 아래 놀던 햇살

그림자 떼어놓고 혼자 들어오라 한다.

아파트를 떠돌던 바람

훈수 들며 자꾸 등을 떠민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시간에게

두 발이 박음질 된다

햇살은 하늘의 분량만큼

따습게 나를 맞이했다

나는 박음질된 두 발을 뜯어내며

오후 내내 소나무 아래 있었다

가을은 산책 나온 두 발을

제멋대로 거느린다

  <시인 약력> 경북 영주 출생 / ‘리토피아’로 등단 / 시집 ‘소심을 보다’ ‘늑대별’ / 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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