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로부터 분쟁이 발생하면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고, 승패도 삼세번을 해서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풍습을 갖고 있다. 이러한 풍습과 풍토에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 등도 분쟁해결 방법으로 소송만을 선호하고 있어, 우리의 분쟁해결 방식이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저효율의 구조이다.
현대는 각 분야에서 분쟁과 갈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해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 것이 당면과제다. 그리하여 분쟁해결 방법 중 근래 장려되는 것이 ‘조정’이다.
조정(調停)은 법관이나 조정위원회가 분쟁 당사자 사이를 중개해 화해(和解)에 이르도록함으로써 분쟁의 해결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알선·중개·중재와 마찬가지로 소송에 의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분쟁 당사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하여 화해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의미로는 중재와 큰 차이가 없으나 법률적으로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즉, 중재의 경우에는 제3자의 판단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며, 당사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 이에 비해 조정의 경우에는 제3자의 조정안에 대해 분쟁의 당사자가 승낙하면 화해가 이뤄지지만, 그 조정안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어 당사자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조정이라는 말은 원래 중국책 ‘18사략’ 권7 송사(十八史略卷七 宋史)에서 처음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송사에는 “당파가 나뉘어져 재상(宰相)의 지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투는 경우, 양파가 서로 교대로 재상의 지위에 취임하고 구원(舊怨)을 잊고, 다툼을 그치는 것을 조정이라 한다”고 쓰여져 있다. 이것이 그 후에 ‘다투고 있는 당사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해서 다툼을 중지시키고, 화해를 시킨다’라는 의미로 됐다고 한다.
근래 들어 법원은 소송에 의한 일도양단식의 판결보다는 조정 또는 화해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데 많이 노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 당사자들이 조정이나 화해보다는 판결을 원하고 있는데도, 조정이나 화해를 강요하는 듯한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조정은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있다.
첫째, 조정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법률상 엄격한 제한이 없으므로 융통성이 있고, 법률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이해하기 쉬운 절차)
둘째, 극히 단시일 내에 절차가 끝남이 일반적이고, 이루어진 조정에 대해서는 상소 등 불복을 할 수 없으므로 분쟁이 즉시, 종국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신속한 절차)
셋째, 절차비용이 저렴하고(저렴한 비용), 넷째, 소송사건이 조정이나 화해로 끝나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당사자 간에 어느 정도 정신적 이해가 된 것이 된다(마무리가 깨끗한 절차).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으니 적극 장려하고 권고돼야 한다.
신속하게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은 의료행위로 보면 과잉진료에 해당한다. 자연분만으로 하면 될 것을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것과 같다.
소송으로 인한 판결은 어느 한 편이 이기고 얻으면 그 반대 편은 그만큼 지고 잃게 되는 제로섬(Zero-sum)게임 같은 것이다. 그만큼 패소한 당사자에게 재산적인 손실 이외에 정신적 한(恨)을 남기게 된다. 법원이 대부분의 사건에서 조정이나 화해를 권하고 있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의료심사조정위원회, 건설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저작권위원회,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와 검사에 의한 형사조정 등 법관에 의하지 않는 각종 조정이 행해지는 요즘은 가히 ‘조정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