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가슴엔 늘 바다가 떠 있습니다.

눈만 뜨면 처마까지 몰려와 출렁이는

푸른 바다가 끝없이 떠 있습니다.

 

육지에서 버려진 생각의 곷잎들이

낡은 세월의 그늘진 이랑을 타고

바다에 스며들면,

 

상어 고등어 도미 광어 명태 꽁치,

싱싱한 물고기들이 그 꽃잎을 주워 먹고

몸이 가려워 낄낄거리며 즐겁게 놉니다.

 

가슴이 흐린 날,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바다에는 구슬픈 물안개 자욱이 돋아나서

부두엔 출항을 막는 깃발이 솟아오르고,

 

가슴이 맑은 날, 하늘에서 햇볕이 내리면

바다의 물결은 금세 황홀한 금빛이 돌고,

부두엔 출항하는 배들이 줄을 섭니다.

 

내 가슴은 초록빛 바다,

잔잔한 물결 위로 꿈 실은 배들이

가득 떠 있습니다.

 

<시인 약력>

김년균 / 전북 김제 출생 / 시집 ‘오래된 습관’ ‘그리운 사람’ 등 다수

/ 제19회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대상 수상

/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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