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내 안에는

 

아직 깎지 않은 새 연필 몇 자루와

 

쓰다 남은 심 부러진 연필들이

 

한증막 장작더미처럼 수북이 쌓여 있다

 

어쩌다 절반 넘어 닳아진 몽당연필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널려 있는 커피 자판기 아무나 뽑아낼 수 있는

 

복제된 일회용 컵처럼

 

쓰다가 몇 번 부러지면 서슴없이 던져버리는

 

내 부러진 시간들

 

언제 한 번 진득이 끝까지

 

써보기라도 했더란 말인가

 

장작불보다 더 활활 타 들어가는

 

내 열정을, 꾹꾹 눌러 쓸

 

생애의 끝까지 써야 될

 

연필 몇 자루는

 

도대체 어디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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