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방송’에서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이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약 10여년 이상 지속된 한국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의 해법은 너무나 어렵고 백약이 무효라고 했다. 장학금, 군 면제 혜택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썼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해 12월7일자 본 칼럼에 ‘한국의 변호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의료계나 법조계가 대한민국 우수한 인재들의 블랙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인구 수 대비 변호사 수가 적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던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반박했던 적이 있다.
대학의 등록금은 지난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이후 국·공립대는 550%, 사립대는 450%나 인상됐다. 자식 2명을 대학에 보내자면 1년에 약 2천여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 정도의 돈은 서민가계는 물론 중산층의 가계에도 상당히 부담을 주는 돈이다. 대학은 위와 같이 벌어들인 등록금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해 교수 요원을 유치하고 시설을 건설하면서 많은 돈을 쓴 점을 그동안 언론에서 보아왔다. 그리고 유명 사립대학은 수천억원씩 누적 이월적립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자신들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공계 인재유치에 투자하기 보다는 단시일 내에 학교명성 제고에 효과가 있는 고시에서의 합격생 배출 수를 늘리기 위해 혈안이 돼왔다. 그러한 대학들이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쏟아 부은 것이다.
이 위원장은 궁여지책으로 국가 과학기술 인력육성을 위해 국가에서 철저한 검증과 선발을 거쳐 몇 백명 정도라도 젊은 인재를 선발, 대학 및 대학원 과정의 학비 등 충분한 장학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부심을 갖고 전력을 다해 연구할 수 있도록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서도 최고 수준의 보수 및 정년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경제적 수준까지 이르른 것도 따지고 보면 인재 교육이고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인재의 육성과 유치였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이 된 삼성전자도 한국의 명문대학 이공계를 졸업하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유학하고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한 결과다.
미래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특히 그동안 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와 최근의 금융위기로 인해 평생 직장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여러 가지 환경변화와 의학기술의 발달로 기대여명은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40대 정도에 직장에서 물러나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그러한 영향들로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전문자격사 시험에 너도 나도 몰려들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트렌드의 일환으로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인생보장이 안되는 이공계 보다는 평생사업의 자격을 주는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에 몰리고 있다. 왜 창조적 분야인 문화예술계나 이공계에 가지 않느냐고 탓할 일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하거나 세계 각국과 경쟁해서 먹고 살 방법은 우수한 인재육성 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과학·기술 인재육성 말이다. 정부나 국회는 짧은 기간에 직접적으로 선거에서의 득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제도, 대학입시 제도에 인기관리 차원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그러한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장기적 과제인 과학·기술 인재육성에 대해서는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우리의 백년대계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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