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남매' 스피드스케이팅 첫 금은 누구?

최근 대한빙상연맹은 행복하고 짜릿한 꿈을 꾸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뿐만 아니라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등 전 종목이 메달, 더 나아가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 전통적인 효자 쇼트트랙은 올해 역시 최대 4개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남자부에서 최대 3개, 여자부 1개가 목표다. 피겨에서는 김연아(20)가 금메달 1순위 후보다. 제 기량만 발휘해준다면 무난히 금메달을 따줄 것으로 보고있다.

 

전 종목 금메달 획득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쇼트트랙과 함께 역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유이'한 종목이다. 1992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김윤만이 은메달,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이강석이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금메달은 없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에도 금메달 후보들이 많다. 0.01초를 다투는 종목인지라 당일 컨디션에 따라 순위가 급변할 수는 있지만 남자부의 이규혁, 이강석, 여자부의 이상화가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규혁은 이번 동계올림픽이 무려 5번째 출전이다. 나이는 서른 하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이미 절정을 지났다고 평가받는 나이지만 이규혁의 절정은 바로 요즘이다. 최근 물오른 기량으로 이규혁은 외신으로부터 500m 금메달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3번째로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이규혁은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 도전으로 여기고 있다.

 

선수단의 맏형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부담도 크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더라도 후배들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규혁은 2일 밴쿠버 올림픽 한국선수단 결단식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후배들의 기량이 좋아 분명 스피드스케이트에서 금메달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웃어보였다.

 

같은 종목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강석도 금메달 후보다. 이강석은 "첫 올림픽 출전에서 동메달이라는 수확을 얻은 만큼 이번에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이고 있다. 남자선수들과 훈련하는 여자부의 이상화도 금메달 후보로 급부상중이다.

 

연맹은 "최근 이상화의 기록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규혁, 이강석이 아닌 이상화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첫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이상화는 1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인 최강자 예니 볼프(독일)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컨디션도 최상이다. 이상화는 "금메달 기대에 어깨가 무겁긴하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세 선수중 그 누구라도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는 더 없이 기쁜 경사가 생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세 선수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 이규혁, 이강석이 사이좋게 500m, 1,000m 금메달을 나눠갖고 이상화가 여자부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한국선수단은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유례없는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사상 최초로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에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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