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정체성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남양주시에 특별한 박물관 하나를 개관했다. 실학의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에 비로소 실학 연구와 전시 기능을 갖춘 박물관을 세운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경기학의 근본인 실학을 체계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됐으면 하며, 이를 통해 본연의 색깔을 못 찾고 있는 경기도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실학은 무너져 가는 조선 후기 사회 개혁을 목표로 한 사상과 이론의 체계였다. 실학이 발생할 당시 조선의 사회와 경제는 봉건제가 붕괴되어가고 있었으며, 이를 통찰한 실학자들은 자신이 처해 있던 현실세계의 분석을 통해서 주자설에 입각한 성리학이 현실과 괴리된 것으로 판단했다. 실학자들은 성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왕도정치론을 존중했지만, 여기에서도 그들은 주자 유일 기준을 거부했던 것이다. 그들은 성리학에 대체될 수 있는 경세론으로 육경고학에 기초한 왕도정치론을 제시했다.

 

실학의 세계는 학술에 한정되지 않고 문학, 예술, 과학, 무예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이중 문학은 실학을 구성하는 주요부분이며 실학자들 스스로 회화나 음악을 애호하여 높은 성과를 보여준 사례가 많다. 그리고 실학의 영향은 예술 일반에 여러모로 미쳐서 그 성과는 예술사의 신기운으로 평가되었다. 과학적인 측면을 보면 종래의 성리학적 자연인식 체계를 비판적이고 자유분방하게 수정해 재정립한 새로운 체계이고, 전통적 자연지식과는 상당히 다른 서양과학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지 않았으며, 그들이 새로이 정립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성리학적 인식체계에 기반을 두어 선택적으로 수용했다.

 

실학은 당시의 상황에서 상당히 진보적인 것이었으나 그들의 주장은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실학은 또한 백성들의 이익과 입장을 많이 고려하기는 하였지만 일반 백성들의 사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시대적, 정치적 상황 때문에 꽃 피우지 못했던 실학을 우리 경기도가 관심을 갖는 데에는 점차 광역화, 글로벌화 되어가는 경기 도세에 걸맞은 정신적 철학이 없다는데 기인한 것으로 본다. 시대 변화에 따라 물질은 변화할 수 있지만 정신은 맥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점숙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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