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품과 나눔 바이러스

마음이 아름다운 시인 이해인 수녀는 “오늘이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며,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는 내일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무엇을 달라고 기도하기 보다는 이미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더 많이 하겠다”고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비우면 채워지고 나누면 돌아오며 낮으면 높아지는 당연한 진리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종교와 철학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2006년도 352명(4천여만원)에 불과했던 18세 미만의 기부자의 수가 2009년에 2천680명(2억2천여만원)으로 3년 동안 7배 증가했다. 이처럼 18세 미만 학생들의 기부가 크게 증가한 것은 우리 사회에도 나눔의 문화가 정착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초등학생이 1천435명으로 이들이 군것질 줄이고 휴대전화 덜 써서 모은 고사리손 기부가 늘었다고 하니 더욱 튼튼하고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있는 사람(가진 자)이 시혜하는 것은 베품이고, 나눔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시대를 살면서 나눔을 많이 본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의료원은 나눔을 대표적으로 실천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100년의 역사에 대한민국의 의료역사가 같이 꿈틀대지만 시설, 장비, 인프라는 아직 예전의 모습 그대로인 반면 내부적으로는 어렵고 힘든 자에게 피난처 역할처럼 따뜻한 손길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시설, 장비가 훌륭한 것이 베품이라면 따뜻한 마음과 정성어린 손길로 나눔을 실천하는 경기도의료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대유행한 신종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위력을 실감케 할 만큼 온 국민을 공포속에 몰아넣었다. 경기도의료원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전 직원이 하나가 돼 휴일도 잊은 채 헌신적으로 진료에 임했다.

 

올해는 국민을 공포스럽게 하는 바이러스가 아닌 ‘나눔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다함께 잘사는 사회,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조준필 경기도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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