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계약제가 해결책 될 수 있나?

건강보험공단은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바꿔 2012년부터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는 환자의 진료시 발생하는 행위 하나 하나에 상대가치 점수를 부여하고 이 점수를 모두 합한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즉 감기 환자가 기본 진찰만 받을 때 보다 방사선 사진을 찍거나 혈액검사를 더 하게 되면 점수가 가산되고 공단에서 지불하는 비용도 그만큼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개개의 진료에도 해당 되지만 전체적인 의료 보험의 1년간 지불 내용을 보아도 같은 결과를 보인다. 즉 환자가 많아지거나 의료 기관에서의 치료나 검사 등의 행위가 늘어날수록 보험에서 지불해야 되는 비용도 늘어나는 것이다.

 

건강 보험 공단에서 제안한 총액계약제는 의료기관별로 지불할 보험 총액을 미리 정해 놓고 그 한도 내에서만 지불하는 방식이다. 건보공단은 1년 단위로 한꺼번에 의료비를 미리 지급하게 되고, 병원은 연간 급여비의 평균만큼 선불로 지급 받게 된다.

 

이 제도는 진료량을 1년 단위로 통제해서 공단의 보험 지출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의료 보험 제도를 구성하는 환자, 보험공단, 의료 기관 중에서 보험 공단의 안정적 운영만을 전제로 한 발상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진료를 받고 싶지만 진료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과 나누어야 하는 문제로 지금처럼 쉽게 진료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의료 기관의 입장에서도 비용대비 이윤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진료를 엄격하게 제한해서 최소의 환자만을 치료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대기시간을 늘려 하루에 진료 가능 환자를 줄이고, 야간이나 휴일 근무도 없애는 것이다. 많은 비용이나 첨단 기술이 필요한 진료는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된다. 다양한 규제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지향점이 바뀌지 않는 한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행위별수가가 아닌 DRG, 일당정액수가제, 차등수가제 등 다양한 형태의 과잉 진료를 제한하는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진료비 급증의 주원인이 의사의 과잉 진료에 기인한 것처럼 주장하며, 진료의 총량을 획기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진료비 급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있다. 정부는 올해에도 심장·뇌혈관질환 본인부담률을 10%에서 5%로 낮추고, MRI 등의 보험급여를 확대하는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다양한 보장성 강화 방안들은 보험 재정의 부실을 키우고 있다. 인구노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약품비 상승 등 의료수요측면에서도 기인하고 있다. 경증 질환의 치료도 3차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의료 이용도 원인이 된다.

 

국민 소득이 늘어날수록 비용을 아끼기 보다는 최고의 진료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것이 환자의 마음이다. 의료는 환자의 요구에 맞춰 나가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들이 더 많은 병상으로 규모를 키우면서도 경영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투자 여력이 없는 작은 병원들의 어려움은 증가하는 것을 봐도 비용 보다는 최고의 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더 많아 지는 것을 알수 있다.

 

치료를 원하는 환자수가 늘어나고 높은 수준의 치료를 원하는 상황에서 진료를 제한한다면 환자와 의사 사이의 갈등만 늘어날 뿐이며, 결국에는 지금의 시점에서 많은 부작용을 예상 하면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보험제정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은 환자나 의료인 모두에게 중요하다. 최고의 진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고의 진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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