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창가에서

지난 일요일에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출근했는데, 모처럼 햇살이 참 화사하고 따스했다.

 

그렇게 휴일에 출근해 일하는 모습만은 법원 판사실에서 일하던 두 달 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사무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법원에서 주말에 근무할 때는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데다 창문 너머로 사람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의 사무실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사람들과 차들의 모습을 실컷 구경할 수 있고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판사와 변호사의 차이는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법원을 떠나 변호사로서 일하며 그간 새로 하게 된 일 중 가장 마음 쓰이는 일은 구속 피고인을 접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구속된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수용 생활을 매우 힘들어해 하루라도 빨리 석방되기를 원하고, 심지어 빨리 석방될 수만 있다면 종전의 무죄 주장을 번복하고 허위 자백까지 하겠다는 사람도 있으니 절로 처연해지고 비장해지기도 한다. 더구나 보석을 청구한 경우에는 청구한 바로 다음날부터 벌써 ‘왜 석방되지 않을까’ 마음 졸이기도 하는데 그 모습에 덩달아 초조해지기도 하니 말이다.

 

또 변호사 개업 후 첫 형사사건 변호를 위해 법정에 갔을 때 법대를 가득 채우고 앉은 판사들의 위용과 법정의 엄숙함에 절로 주눅까지 든 적이 있어 ‘15년 동안 재판하러 거의 매주 법정을 드나들은 나도 이런데 송사로 처음 법정을 찾는 보통의 사람들은 오죽할까’라는 심정이 들었다. 법정에 처음 출석하게 되는 불구속 피고인들을 사무실로 오게 해 함께 법원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함께 법정으로 가서 재판을 받기까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과 긴장감에 휩싸여 있는 그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도 마음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날 창밖을 내다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우리 사회가 어느 한 사람도 법률적인 문제가 없거나 억울한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는 처음의 다짐을 되새겨 보았다. 이렇게 새로이 시작하고 새로이 다짐할 수 있어서 봄이 좋은가 보다.  /이동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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