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전 부진…4차전 3점슛 5개로 만회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이 퉁퉁 부어있었다. 테이핑을 했지만 감각은 예전 같지 않았다. 게다가 챔피언결정전 부진까지 겹쳤다. 스스로도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우승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4차전. 침묵했던 3점포가 터졌다. 모비스 김동우(30) 얘기다.
김동우는 7일 KCC와 챔프 4차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18점을 올리며 모비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출전시간은 고작 19분7초. 하지만 3점슛 6개를 던져 5개를 림에 꽂았다. 그 중 4개가 승부처인 4쿼터에 터졌다. 모비스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경기 전 유재학 감독은 “김동우가 좀 넣어줬으면 좋겠다”면서 “외곽 슈터가 하나로는 부족하다. 두 명 정도는 터져야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김동우가 1~3차전에서 단 2점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3점슛은 10개를 던져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손가락 부상 때문이었다. 왼손잡이인 김동우에게 왼쪽 두 번째 손가락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슛 감각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던지는 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KCC 하승진이 빠진 상황에서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에 있던 모비스가 고전한 이유였다.
김동우 스스로도 괴로웠다. ‘최고참’ 우지원이 있지만 경기에 뛰는 선수들 중 사실상 최고참이었기 때문이다. 김동우는 “고참급으로 팀에 보탬이 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했다”면서 “눈치를 보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4차전은 달랐다. 손가락 부상도 어느 정도 나았다. 연습 때도 슛을 던지는 족족 림을 통과했다. 게다가 KCC는 함지훈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1~3차전에서 부진했던 김동우에게 찬스가 날 수밖에 없었다.
김동우는 “다친 게 나아서 연습 때도 슛 감각이 괜찮았다”면서 “수비가 함지훈에게 쏠리기 때문에 빈 곳을 찾는 것이 역할이었다. 2쿼터 한 번 블록슛을 당한 뒤 여유가 생기면서 슛도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실 김동우의 4차전 활약은 자칫 없었을 지도 모른다. 모비스의 선발은 박종천이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마퀸 챈들러를 잘 막았던 김동우지만 더 빠른 강병현을 막기엔 힘에 부쳤다. 유 감독도 수비를 위해 박종천을 선발로 내세웠다.
결국 박종천이 파울 트러블에 걸려서야 출전 기회를 얻었다. 코트에 들어선 김동우는 3쿼터 3점슛 1개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임근배 코치가 수비 매치업 때문에 유 감독에게 다시 박종천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김동우를 믿었다.
그리고 믿음에 100% 부합했다. 4쿼터 3점슛 4개를 실패없이 성공시켰다. 유 감독은 “임 코치가 바꾸자고 했는데 1~2개만 더 보자고 했다. 그런데 다 들어가 버렸다”고 환하게 웃었다. 잠잠했던 김동우가 드디어 터진 것.
일단 분위기는 좋다. 마치 군대를 가기 전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06-2007시즌을 보는 것 같다. 오히려 그 때보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은 나아졌다. 당시 크리스 윌리엄스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함지훈과 같은 선수들이 보강됐다.
“느낌은 비슷하지만 그 때랑은 조금 다르다. 지금은 국내 선수들이 더 좋아 든든하다”는 김동우는 “7~8개월 동안 농구만 했는데 너무 힘들다.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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