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기 출전…식스맨상·MIP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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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시즌까지 박종천(31)은 평범한 선수였다. 200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데뷔 첫 해 40경기를 뛴 것을 제외하면 한 시즌에 20경기를 뛰기도 어려웠다. 삼성의 탄탄한 포워드진에 밀려 결국 모비스로 이적해야 했다.
하지만 모비스 이적은 박종천에게 기회가 됐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10개 구단 중 가장 힘들다는 모비스 훈련을 묵묵히 소화했다. 박종천은 “모비스 이적 후 농구인생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훈련의 결과는 성적으로 드러났다. 출전시간이 늘어나자 여유도 생겼다. 수비가 우선이었지만 경희대 시절부터 장점이었던 외곽슛도 살아났다.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71개의 3점슛을 꽂았다. 성공률은 42.5%로 50개 이상 3점슛을 넣은 선수 중 단연 최고였다.
평균 득점도 2.1점에서 8.3점으로 껑충 뛰었다. 무엇보다 출전시간이 평균 6분59초에서 22분38초로 늘어났다. 올 시즌 식스맨상과 MIP(기량발전상) 독식은 당연한 결과. 그야말로 인생역전이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니 경기 감각이 살아났다”는 박종천은 “예전에는 1~2분 정도 짧게 뛰어서 그럴 틈이 없었는데 감을 찾고 나니 여유도 생겼다. 경기하기가 무척 수월했다”고 달라진 비결을 밝혔다.
아내 최혜숙씨와 태어난 지 50일이 갓 지난 딸 단비도 박종천에게 큰 힘이 됐다. 박종천은 “사실 아내가 농구에 관심이 없었다. 모비스 이적 이후에야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동안 힘들었을 때도 크게 티를 안 내 고맙다”면서 “애기가 너무 어려서 경기장에 못 온 게 아쉽다”고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외곽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제 몫을 다했다. 평균 26분58초를 뛰며 식스맨이 아닌 주전급 활약을 펼쳤다. 유재학 감독의 신뢰 덕분이었다.
박종천은 “정규시즌이 끝나고 몸 관리를 잘 못했다. 그래서 밸런스가 깨졌는데 감독님께서 자신있게 하라고 주문하셔서 챔프전에 이만큼 할 수 있었다”면서 “(챔프전에서) 계속 쫓아오니 조급하긴 했지만 긴장은 안 했다”고 말했다.
6차전이 열린 잠실실내체육관은 지난 시즌까지 박종천의 홈구장이었다. 삼성에서의 최근 두 시즌 동안 준우승에 그쳤지만 정작 모비스에 와서야 그토록 원하던 잠실실내체육관의 그물을 잘랐다. “여기에 와서 그물을 자른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다. 우연찮게 그렇게 됐다”는 박종천이다.
길고 길었던 2009-2010시즌이 마무리됐다. 비록 짧은 시간이겠지만 이제는 농구선수 박종천이 아닌 단비 아빠 박종천으로 변신할 차례다. “사실 5차전을 앞두고 아내에게 오늘 끝나니까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틀이 더 걸렸네요. 이제 가서 고생한 아내 대신 제가 단비를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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