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고마운 사람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협회 부설의원에 따끈따끈한 백설기가 배달돼 왔다. 아기의 백일을 맞아 부모가 감사의 마음과 함께 아기의 무탈과 건강을 바라는 마음에서 제공한 것이다. 따끈한 백설기를 먹으니 부모의 따스하고 고운 마음까지도 전해지는 것 같아 흐뭇했다.

 

그 아기는 보통 아기가 아니다. 화성시에 사는 김모(43)씨는 9년 전 아들 하나를 낳은 뒤 피임법으로 정관불임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뒤늦게 자녀 양육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2008년 10월 다시 복원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말 꿈만 같은 둘째 딸을 낳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복원수술은 불임수술을 받은 사람이 아이가 잘못되었거나, 재혼을 하거나, 마음이 바뀌어 추가 자녀를 원하는 경우에 이뤄진다. 물론 복원수술을 받는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경과 기간과 수술 부위 상태, 나이 등에 영향을 받는다.

 

43세인 김씨와 동갑내기인 부인을 생각하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돈과 시간을 투자해 아이를 갖고자 노력한 것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지난해 협회 부설의원에서 시술한 정관복원수술이 170여 건에 이른다. 수술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결혼과 부부 생활에서 자녀와 가족의 소중함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또 자녀를 통해 기쁨을 얻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자녀를 두고 보면 외로워 보여서 둘째 자녀를 낳고, 자식 키우는 재미에 또 셋째 자녀를 두게 되는가 보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개인 이기주의,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풍조, 세계 최고 수준의 이혼율, 가족해체가 무슨 트렌드인 양 앞다퉈 다루는 영상물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에 자녀를 낳고 키우는 데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당장 다음 세대에 닥칠 재앙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 되는 30년 뒤의 자명한 이치를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명 이 사람들은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김광식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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