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한가요?

박정임 문화부장 bakh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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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누구나 누리고 있는 것인 동시에 누구도 누리고 있다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지도 모른채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을 위해서라며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다.

 

꼭 1년 전 일이다. 같이 일했던 후배가 무속인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꽤 똑똑했던 기자였기에 그녀의 변신은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 됐다. 궁금도 했지만 딱히 뭐라 건넬 말이 생각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뤘던 후배를 만났다. 단박에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에 항시 드리웠던 검은 그늘은 사라지고 대신 웃음이 가득했다. 편하다고 했다. 남이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다보니 절로 마음이 편해지고 몸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잘된다’, ‘돈벌어 건물샀다’는 소문이 났다며 그게 ‘안됐다’는 말보다 훨씬 듣기 좋다는 농까지 건넸다.

 

자신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 여기고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했다. 상대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격려하는 게 역할이라고 했다. 그들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행복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쏟아냈다.

 

요약하자면 ‘행복은 시선을 어디에 두는 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맘먹기에 따라 행복 할 수도 불행 할 수도 있다는 것, 누구든 해 줄 수 있는 말이지만 사실 실천이 어려운 주문이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봤다. 나는 많은 재물을 갖고 있지 않다. 남들이 큰 집으로 옮겨 가는 걸 보면서 부러울 때도 많다. 지금 하는 일이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할 때도 있다. 아이들도 딱히 자랑할 게 없다. 대단한 권력이나 명예와도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으니 행복과는 인연이 없다는 결론에 달했다. 아마 그런 내 마음이 후배의 눈에 보였던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너무나 많이 가졌고, 엄청난 것들을 누리고 살아가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행복을 찾지 못한다며 자신도 언제부턴가 시선을 처지에 맞추다 보니 행복해졌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뤘는데도 행복지수는 굉장히 낮다. 돈, 권력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서다. 물론 선행을 베풀며 행복을 찾는 사람도 많다.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19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었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행복을 찾았다. 그는 “행복은 마법과 같은 요행이 아니다”며 “행복해지려면 행복이 낳는 일부터 해야 한다. 즉,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행을 반복하는 것도 사실은 상대방을 위한 마음보다도 자신의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져서 이기 때문은 아닐까.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내가 살던 동네에 전기가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참 가난했던 것 같다. 우연히 엄마와 이모가 나누던 대화를 듣게 됐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내 새끼들 입에 밥들어갈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엄마의 목소리는 생생하다. 그러고 보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줄 이웃이 있고 더욱이 밥 먹는 딸아이를 보며 굶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했던 어머니가 있으니 말이다. 아무쪼록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박정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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