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의약분업을 거부하면서 파업을 한 지 10년이 지났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투쟁을 했던 의사들의 원죄는 씻을 수 없게 되었으며,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의사들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의심받게 하는 등 여전히 의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의료 정책에서 협력자의 지위를 잃어 버렸고 수많은 규제와 견제의 대상이 되는 단초가 되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계속되고, 건강보험공단은 의료보험 지출이 늘어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자누적 ‘우려가 현실로’
10년 전 정부는 의약 분업을 시행하면서 대국민 설명 자료를 통해 의사와 약사가 전문성을 상호 보완해서 국민에게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약제 과다 사용 같은 국민 건강 위협요소 감소와 의약품 부작용 예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의약품 소비가 감소되고 약국 의료보험제도 폐지로 인해 재정이 절감되어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약분업이 건강보험재정을 파탄낼 것이며, 국민 불편 및 부담 가중의 문제점이 있어 시범 사업과 보완책을 마련하자고 했었다.
그 후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재정 통합을 추진하는 동안 2000년 1조3천671억원이던 누적 수지 적자는 2001년 1조8천109억원, 2002년 2조5천71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의약 분업 이전에는 없던 약사 조제료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8조4천324억원을 건강 보험 재정에서 부담해야 했다. 인구 노령화와 의료 이용의 증가에 따른 의료 보험 지출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의약분업의 영향도 작다고 할 수 없다.
이후 정부는 담배 부담금 지원과 진찰료와 처방료 통합, 차등 수가제, 야간 가산율 적용 시간대 조정, 주사제 처방료 및 조제료 삭제, 일반의약품 비급여 확대, 심사 기준 강화, 급여기준 합리화, 약제비 적정성 평가 등 의료계 특히 의원급 의료 기관에 집중된 건강보험 재정 절감대책을 통해 재정 파탄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결국 의약 분업을 반대하고 경제적 이득도 갖지 못한 의사들에게 정책의 책임을 지게 하고 있다.
국민부담 줄일 대안 찾아야 할 때
의약 분업이 약국에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등 오남용이 염려되는 전문의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고, 환자가 전문적인 진단 과정을 거쳐야만 조제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국민 건강에 기여한 부분도 인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준비 없이 시행된 의약 분업이 국민의 불편과 비용을 증가시킨 것을 수치로 설명하지 않아도 의료기관을 이용해 본 대다수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누가 더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 있고 그에 따른 이익을 가져간 것이 누구인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명백하다.
지난 4월 의협 대의원회는 국민이 병원과 약국 중 조제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국민선택 분업을 제안 했다. 약국 관리료나 조제 기본료 등을 병원에는 주지 않아도 되어 비용 절감과 시간 절약이 가능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선택분업은 상당기간 검증을 거쳤다는 점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원내약국을 허용하는 직능 분업을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병원에 약사가 있다면 원내 조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약사와 의사의 직능 전문화를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규명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파업이라는 원죄를 씻을 수는 없겠지만 전문가로서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기를 희망한다. 또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한 축으로 인정받고 의견을 들어볼 가치가 있는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찾기를 원한다. /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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