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공연장에 유명세를 탄 작품이라도 올려질라치면 전화가 불편할 때가 있다. ‘초대권을 챙겨달라’는 요청이 많아서다. 문제는 하나같이 표를 구입할 만한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란 데 있다. 표를 사서 관람하는 게 ‘백’이 없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풍겨 언잖은 적도 있다. 힘들게 얻어 준 초대권으로 공연 잘봤다는 전화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중 절반은 날씨탓을 하거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등 부도표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주로 연주자나 공연 관계자의 가족, 지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발행하던 초대권이 ‘인사용’이나 객석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다. 이로인해 초대권은 작품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궁극적으로는 공연 관람료 인상이라는 부작용으로 작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립극장 등 10개 국·공립 예술기관의 초대권 물량은 평균 전체 객석의 37%에 달한다. 국립합창단의 경우 공연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열명중 절반이 넘는 여섯명 정도가 ‘공짜 손님’이었다는 통계를 보면 표를 구입한 관객의 입장에선 여간 억울한 게 아니다.
도내라고 다를리 없다. 대부분의 공연장이 기획공연의 경우 많게는 20%에서 10%까지 초대권을 발행해 오고 있다고 하지만 공식 집계는 밝히지 않는 걸로 봐서 그 이상일 확률이 매우 높다.
사실 초대권은 공연기획사의 입장에선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각종 광고 비용을 초대권으로 지불하기도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에 초대권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홍보하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다. 협찬 기업을 비롯해 그동안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사례로 초대권만큼 좋은 게 없다. 때문에 공연 기획사마다 평균적으로 공연 당 전체 좌석의 10%를 초대권으로 할애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수치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엔 ‘공짜’를 바라는 사람들이 곳곳에 너무나 많다.
공연의 판매가 저조할 때는 초대권 손님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유명 가수들의 경우 객석이 채워지지 않으면 공연을 접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한다. 흥이 나지 않는 다는 것도 있지만 인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연기획사의 입장에선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고 공연을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초대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계에 해묵은 관행이었던 초대권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다양한 형태의 할인 제도를 확대해 일반 관객이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공립 예술기관 중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서울예술단, 정동극장,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등 7개 기관은 이미 이달 초부터 초대권을 내지 않고 있다. 또 명동예술극장, 국립합창단, 코리안심포니 등 3개 기관은 초대권 물량을 이전보다 축소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공연계조차도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초대권의 많은 부분이 정치권이나 관료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에 그 ‘백’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름만 달리한 또 다른 초대권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 무료관람이 사회적 신분과시로 보여져서는 안된다. 연극 한편, 뮤지컬 한편을 관람하기 위해 생활비를 쪼개는 대다수의 서민들 사이에서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공짜표로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번 결단이 초대권 남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공연은 당연히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그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박정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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