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와 여성의 정치 리더십

지방자치가 재개된 지 30년이 지난 올해 우리는 다섯 번째 지방선거를 치뤘다. 이번 6·2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들의 정계 진출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총 3천893명의 당선자 중에서 여성은 745명으로 19.1%에 달했다. 2006년의 13.7%에 비해 5%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첫 지방선거가 실시된 1991년 여성당선자의 비율이 0.9%에 불과했음을 상기하면 매우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이 여성 의원의 비율이 늘어나게 된 원인은 올해 처음 실시된 ‘지역구 여성공천할당제’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제도는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지방의회에 여성 후보자를 한 명 이상 추천하도록 한 것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있을 때 비로소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2006년 기초의회에서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자 여성 당선자의 비율이 4배로 껑충 뛰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정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운동을 치르고 당선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알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기도에서도 여성이 약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06년 13.2%였던 여성 의원의 비율이 23%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는 이제까지 전국 여성 의원의 비율에 못 미치거나 거의 비슷했던 데 비해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전국 수치를 거의 4%포인트나 앞섰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여성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여성 의원의 비율이 여전히 3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의회에서 어느 정도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수적으로 적어도 30%에 달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민선 4기 경기도 기초의회에서 여성 의원이 30%를 넘는 곳은 31개 시·군 중에서 하남시 한 곳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반 수 가까운 14개 시·군 의회에서 여성 의원은 단 1명뿐이었다. 필자는 지난 몇 개월간 다양한 연구과제 추진을 위해 경기도 지방의회 여성 의원들을 면접했는데, 여성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의회에서 소수자인 여성들의 입지가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어떤 여성 의원은 여성 운동가도 아닌 자신이 의회에만 가면 여성 운동가가 되어 남성 의원들과 싸우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 의원은 자신을 ‘의회의 꽃’이라고 부른 남성 의원에 대해 사과를 받아 내기도 했다.

 

여성 의원의 낮은 비율과 더불어 또 하나의 문제는 여성 의원의 정치경력의 지속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지방의회 여성 의원 중 70%가 초선이었다. 이는 재선한 여성 의원이 30%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의회의 경우도 16명의 여성 의원 중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3명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 의원의 재선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정당에서의 취약한 위치 때문이다. 어떤 여성 의원의 표현대로 ‘정글’과 같은 정당에서 여성들은 어떤 전략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안정화하고, 나아가 어떻게 정치 세력화해야 할 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당 안에서 여성은 여성위원회와 같은 ‘여성전용 섹터’에만 머물러 있거나, 궂은 일은 다하고 공은 남성들에게 빼앗기는 소외의 경험을 한다. 정당내의 당직에도 여성할당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얼마전 민선 5기 의회가 개시되었다. 경기도 기초의회에서 여성 의원이 30%를 넘는 곳은 이제 10곳으로 늘어났다. 여성 의원이 시의회의 의장, 부의장에 선출되고, 위원회의 위원장에 진출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4년, 여성 의원들의 리더십이 지방정치 발전에 기여할 것을 기대해본다.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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