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망치는 명의대여

우리 속담에 ‘부모와 자식 간에도 빚보증은 서는 게 아니다’ 또는 ‘빚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마라’는 빚보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말이 있지만, 필자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 “부모와 자식 간에도 명의대여를 해서는 안 된다. 명의대여 하는 자식은 낳지도 마라”는 말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꼭 해왔다.

 

명의대여란 자신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행위로,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이 부동산이나 주식을 취득하는데 이름을 빌려주는 경우, 자신이 취득한 허가증 또는 자격증 등을 빌려주는 경우, 다른 사람의 통장 개설이나 대출을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하거나 대출받아 주는 경우 등이다.

 

우리가 빚보증을 서 줄 때는 추후 잘못될 경우로 인한 책임을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가 예측하면서 보증을 서주고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명의대여는 이름을 빌려준 순간부터 내 이름으로 어떠한 불법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명의대여에 대한 피해 사례는 무수히 많지만, 세금문제에서 사례를 살펴보면 20세의 한 대학생이 가까운 사람의 부탁으로 세무서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아 타인에게 빌려준 사실이 있다. 명의를 빌린 사람은 이 사업자등록증으로 카드깡 등 여러 가지 불법을 저지르고, 사업을 하면서 약 10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 결과 학생이 세금을 모두 책임지게 됐고, 세금을 못 내자 그 사실이 금융기관에 통보돼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어 사업자등록증으로 행한 여러 불법사실이 발견돼 검찰에 고발되며 전과자가 된 사실이 있다. 결국 이 학생은 평생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것이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 준건데 그 책임은 실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현대사회는 신용사회라고 한다. 자기 이름(신용)은 자기가 관리해야 한다. 자기 이름을 타인이 사용하고 관리하게 하는 것은 자기인생을 포기하고 자기의 모든 것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김관균 동수원지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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