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의 정열 속에 인간이 열대야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폭염의 계절. 변화무쌍 한 자연의 에너지는 산과 바다로 우리를 부른다. 저 대지 위를 향해. 모든 것이 피서라는 단어로 우리를 몽롱하게 하는 이때, 상큼하게 머릿속을 말끔히 씻어준 청량(淸凉)의 연주회가 개최돼 수원지역사회에 깔끔한 이슈를 만들어 주었다.
지난 달 31일 늦은 오후에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는 경기도음악협회 초청으로 수원출신 소프라노 김미자 성악가의 독창회가 개최되었다. 피서철이어서 관객의 수에 연연하지 않고 연 음악회인데 이게 왠일인지 1층, 2층 객석이 가득 차 좌석이 모자랄 지경이 되었다.
흔히들 요즘 공연문화가 청소년들의 기호에 맞추지 못하면 좌석을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 통설로 되어 있는데 이날의 음악회는 우리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고전주의의 바로크 음악부터 슈베르트의 낭만주의 음악과 프랑스의 가곡을 연계하였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곡 아리랑을 주제로 ‘아리 아리랑’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제시 할 수 있는 뮤지칼의 테마로 이어진 공연은 관객의 마음을 한곳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90분간의 연주회는 성황리에 개최됐다. 오픈 무대부터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성악과 트럼펫의 협연은 음량적으로 성악가들이 기피하는 장르지만 개막 오픈 곡의 상징성이 있는 것처럼 ‘나팔아 울려라(Sound the Trumpet)’를 개막 연주곡으로 서막을 열었다.
클라리넷과 함께 한 바위위의 목동, 사랑의 길, 카딕스의 처녀들의 연주곡은 관객이 친숙한 프랑스가곡과 함께 앙코르의 박수가 끊이질 않게 했다. ‘아리 아리랑’을 중간에 편성하여 한국의 정서로 1부와 2부의 개념을 잘 넘겨 주었다.
바이올린과 플루트 등이 성악과의 앙상블에 이어 시원시원한 성량의 독일오페라극장의 테너 이민 과의 2중창의 무대는 음악회를 한층 고조시켜 주었다.
영화 미션과 뮤지컬 포기와 베스의 주제곡 썸머타임으로 이어지고 우리와 친숙한 대중적인 곡으로 테너와 함께 ‘A Love Until the End of Time’, ‘You Raise Me Up’, ‘Tonight’은 남녀 2중창의 멋진 화음으로 음색이 표출돼 감동을 더했다.
테너 이민과 플루티스트 이내리가 소프라노 김미자의 아들과 딸이었다는 사실로 하여금 아마 그날 우리 가슴을 더욱 정겨웁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어머니와 아들이 부르는 사랑의 2중창은 각박하기만 한 요즘 아름다운 인간미로 우리들에게 강한 메시지로 전달됐다.
이제 클래식 음악회장에도 이번 연주회에서 제시하는 모티브를 직시하였으면 한다. 작은 음악회를 통하여 계절과 관계없이 프로그램의 구성에도 시민들과의 선호에 따른 애창곡을 참조하여 함께 할 수 있는 접근성으로 진솔한 연주자의 자세를 통해 지역사회에 음악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무대의 정성으로 기획하면 관객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학생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동원으로 채워지는 음악회에 연연하지 않고 처음에는 비록 적은 수의 관객들이라고 하더라도 가슴에 메시지가 남는 연주회를 선사한다면 그들은 다시금 음악회장을 찾아오게 될 것이란 믿음은 연주회가 끝난 뒤 더욱 확고해 졌다.
/오현규 경기도 음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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