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는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 보낸다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고 아름다운 나무를 만들기 위해 정원사는 비료를 주고 가지를 치며 깊은 사랑을 준다. 그러나 분재로 선택된 나무는 몸이 구부러지고 뒤틀린채 철사로 얽어매여져 오랜 세월을 참고 견딘다.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평가하는 분재가 되기 위해 견딘 세월은 나무에겐 참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업보다.

 

정원사의 정성을 무시하고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오히려 좋은 나무가 되지 못한다. 알맞게 가지를 친 나무, 순을 접은 포도넝쿨이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를 맺는다.

 

사람들은 최초의 순간에 순백의 은총으로 맨발로 이 세상으로 걸어와 태어난다. 아기 천사가 아장아장 걷다가 뛰는 것에 익숙해지면 유치원으로, 초등학교로, 중고등학교로, 문명의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사회 속에서 생존법칙을 위해 각종 경쟁을 전쟁터처럼 하게 된다. 사회 예비를 위한 학창시절이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한다. 인간의 몸과 품성은 이 시절에 바로서거나 구부러진다.

 

나는 어릴 적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금산의 벽촌에서 가난을 뒤로 하고 출가해서 모험의 길에 나섰다. 서울 마장동의 판잣집에 살던 외삼촌은 세상에 대하여 증오심으로 가득했던 나, 희망없는 아이에게 특별한 고된 훈련을 시켰다.

 

‘훌륭한 스승’ 존중 되어야

나는 걸어서 어제는 서울역까지, 오늘은 영등포까지, 내일도 다시 걸으면서 서울의 속내를 보았다. 한겨울 2월에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내가 걸어간 걸음만큼, 시간만큼, 내 다리에 힘이 차올랐다. 나는 거짓말 한 마디에 외삼촌으로부터 큰 벌을 받았다. 그 때는 몹시 힘들고 고통스럽고 서러웠지만 외삼촌은 나를 반듯하게 설 수 있는 나무로, 서울이라는 생존밀림을 바르게 보는 매로, 굴하지 않고 세상을 뚫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호랑이로 만들었다. 나에겐 인생의 선배인 외삼촌이 큰 스승이었으며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길을 가로막는 산을 만나면 마음속에서 옛날의 스승에게 길을 묻곤 한다.

 

우리사회는 학업성취도평가, 교원평가, 학생인권조례 등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념적 갈등과 교육정책의 효율성과 적합성을 놓고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의 주춧돌을 놓는 것이다. 조선시대 서당에선 회초리를 마련해 스승에게 갖다 바쳤다. 학생이 스스로 가져간 회초리가 오랫동안 쓰이지 않으면 부모가 스승을 찾아가 섭섭해 했다고 한다. 과거에 급제한 뛰어난 문장을 ‘삼십절초’ 또는 ‘오십절초’의 문장이라고 칭송했다. 30자루와 50자루의 회초리가 부러지는 고통을 겪고서 얻은 글이란 뜻이다.

 

교육은 백년대계의 주춧돌

 

지금 우리에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학교의 질서와 기강이 무너질 듯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감정의 매’와 ‘미움의 매’는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체벌전면금지’ 조치가 2~3시간 만에 급조 되었다는 보도는 부끄러운 일이다. ‘체벌전면금지’ 조치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교권도 보장 되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 복지정책과 교육정책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학생들을 보호할 정책도 강구 되어야 한다.

 

내 자식이 귀하다고 해서 자식을 엄하게 가르치지 못하면 그 아이는 세상에 대한 옳고 그른 기준을 배우지 못한다. 제 멋대로 웃자라는 나무처럼 사회의 법과 질서에 의해 뽑혀지게 된다. 그러기에 교육정책은 멀리보는 눈으로 전문가들의 검토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다른 두개의 음들이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음악의 화성처럼 사회와 개인 시대의 요구가 모두 반영된 교육제도가 작곡되어야 한다. 한국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박무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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