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오래된 수첩을 뒤지다 인기 대하드라마 대조영을 보면서 메모해 둔 글을 보게 되었다. 대조영이 부하장수들에게 ‘백성이 편히 살 수 있는 길만을 생각하라’고 지시한 대목이다. 대조영이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드라마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공직자들이 갖추고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직자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보면서 왠지 이 말이 가슴속에 깊이 와 닿는다. 국민을 편히 살 수 있게 하는 것, 정치를 하시는 분이나 고위 공직자에서 하위 공직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지키고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많은 공직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가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의식조차 없는 것 같다.
옛 선현들보다 아이큐가 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닐 테고 아니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서일까? 물론 공공기관에서 하는 일 자체가 다 국민을 위하여 하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에서 보듯이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가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지키기보다는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다.
공직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들 그 공직자가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편히 살 수 있는 길에 연결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입장에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자기들끼리만 바쁘고 자기들끼리만 신나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공직사회가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버림을 받는다면 그 순간부터 공직의 존재가치는 사라지는 것이다.
오래된 수첩을 뒤지다가 이러한 메모를 보고 새로운 감정을 갖는 나 자신을 반성해 본다. 보수는 적어도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정년까지 보장되기 때문에 공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작금의 현실에 대하여 씁쓸한 생각이 든다.
대조영의 대사를 잠깐 고쳐본다. “공직자들은 백성을 편히 살 수 있게 해야 해, 그건 공직자가 가져야 할 영원불변한 가치야, 그걸 지키지 못하고 그걸 이행하지 못한다면 그건 공직자가 아니야.”
박익수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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