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수도권 홍수와 4대강 사업

지난 추석연휴 내린 폭우로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 모두 홍수 피해를 입었다.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과 청계천 일대가 침수되고, 목동에도 침수 피해가 있었다. 서울지역의 홍수는 많은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며 인재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여주와 인천의 계양구, 부평구, 서구 등에서 발생한 수해는 중앙언론에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여주와 인천 수해의 공통점은 정부가 홍수예방을 이유로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났다는데 있다.

 

경인운하사업은 1992년 굴포천의 홍수 예방을 위해 방수로를 파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당시부터 환경단체와 많은 전문가 들은 굴포천 방수로를 친환경 방수로로 조속히 준공할 것을 주장했지만 사업을 담당한 수자원공사와 정부 측은 당초 계획된 방수로 폭을 두 배로 넓혀 방수로를 운하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번 수해는 20년간 지루하게 진행된 운하사업이 당초 목적인 홍수예방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길이 14km, 폭 80m의 방수로를 파고도 인근지역에서 방수로로 배수될 통로는 마련하지 않은 사업의 순서가 뒤바뀐 현실이 홍수를 야기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중심지역인 여주의 남한강은 홍수 예방을 이유로 수달 등 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수도권에 채소를 공급하던 경작지까지 대규모로 준설한 지역이다. 하지만 준설로 한강의 수위가 낮아졌음에도 여주군의 상습 침수 지역인 터미널사거리 등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더구나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에 놓여 있던 신진교가 붕괴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신진교의 붕괴는 준설로 수위가 낮아진 남한강으로 늘어난 물이 급하게 흐르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지금까지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22조원의 예산을 들여 매년 발생하는 수해의 3.6%만이 발생되는 4대강 본류를 파헤칠 게 아니라, 지천과 소하천 정비를 먼저 시행하자고 주장해 왔다. 올 추석에 발생한 인천과 여주의 수해는 4대강을 살린다며 4대강의 자연을 파헤치고 있는 22조의 예산과 경인운하에 투자되는 예산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안명균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