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등청을 하면서 신록이 뿜어내는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청내 화단을 생각해 본다. 얼마 전까지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과 야생화의 향연이 눈부시게 펼쳐졌던 화단이다. 이제는 자연스레 옷을 갈아입고 녹갈색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생명들을 보면서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에 소소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오랜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나눔과 배려로 자연과 친화했고 자연은 우리에게 생명의 아름다움을 주었다. 멀리는 건국신화 속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이 그러했고 신라 화랑의 ‘살생유택(殺生有擇)’은 생명의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고자하는 것은 선조들의 생활지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마당에 끓는 물을 쏟아버리면 지력이 쇠한다고 금기시했고, 자연에서 얻은 과일을 수확해도 날짐승이 먹을 것을 남겼다. 제비가 둥지를 틀고 배설물을 흘리면 받침대를 설치했고, 제비에게 해코지를 한 놀부가 벌 받는 이야기로 승화시켜 교훈으로 삼도록 했다. 새끼를 품고 있는 개는 범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믿음이나 알을 품고 있는 새는 매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믿음도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생활화된 지혜이자 생명존중 규범사례이기도 하다. 누에를 천잠(天蠶), 뽕나무를 천목(天木), 뽕잎을 천약(天藥)이라 했던 것도 생명을 존중히 여기는 조상들의 지혜이자 덕목이었다.
지난 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을 위한 국민 참여 자살예방 캠페인이 펼쳐졌다. ‘생명사랑 밤길 걷기… 해질녘서 동틀 때까지’ 행사는 총 35km 구간에서 실시됐다. 오죽했으면 자살예방 켐페인이 펼쳐질까? 2010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9년에 1만5천413명이 자살했으며, 하루 평균 42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자살사망자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이 모두 살아 있는 자연에 대해 반한 행동이고 선조들이 보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명 존중이란 생명의 존귀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고 모든 생명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그러기에 아침 화단이 더욱 평화롭게 여겨지는 감사한 하루다.
이 장 우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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