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우리 배(梨) 이야기

씨가 8개로 팔도 관찰사를 상징하는 우리 배를 아는가? ‘배’란 명칭은 순수한 우리말이다. 과육에 물이 많고 맛이 상쾌해 기운을 아래로 내리며 막힘이 없이 매끄럽게(利)하는 나무(木)라는 뜻에서 ‘이(梨)’라는 이름이 있으며, ‘梨’의 15세기 음인 ‘비’이 ‘배’로 변했다는 설 또한 전해지고 있다.

 

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오행에서 누런 껍질은 동양을 상징하고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의미하며, 배의 새하얀 속살은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낸다. 예로부터 배가 우리 제사상에 빠짐없이 올라갔던 이유도 이처럼 우리의 자긍심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과 오랜 역사를 같이한 배는 몸에 유익한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수분함량은 약 85%, 열량은 51㎉ 정도이고, 당 성분은 약 12%인데 이는 품종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이다. 단백질 함량은 0.3% 내외이며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세포는 변비 및 장을 깨끗하게 하는 작용이 탁월하고 발암성 물질의 체외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배는 폐를 보하고 신장을 돕고 담 제거와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으며 종기의 독과 술독을 푼다’고 한다. 이만하면 배만한 과일도 없지 않는가? 하지만 배의 좋은 맛과 유익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특정시기에만 대다수의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제례용으로의 소비가 대부분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러한 소비편중 문제를 해결하여 다양한 시기에 누구나 쉽게 배를 접할 수 있게끔 맛있는 배를 만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달콤하고 감칠맛이 일품인 ‘만풍배’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스위트 스킨’ 등 다양한 품종개발로 우리나라 배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예로부터 ‘이(梨)는 이(利)가 된다’하여 배는 건강에 유익한 과일로 사랑받아 왔다. 반드시 값이 비싼 약만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자연이 만들어준 먹을거리가 참된 보약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배를 먹으며 서로의 건강을 챙기면서 정감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최 동 로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