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노르웨이 문학의 눈부신 성과로 평가받고 있는 시인 하우게는 독학으로 불어, 영어, 독일어를 습득했다. 정식 학력이 농업학교를 다닌 것이 전부이다. 그는 큰 낫을 들고 풀을 베고 눈이 오면 밤새 뛰어다니며 작은 소나무 위에 쌓인 눈을 털어주는 정원사였다. 50대까지 정신병에 시달리면서도 쉬지 않고 글을 쓴 그는 ‘피오르드’의 수정처럼 맑고 단단한 얼음의 문장으로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자신만의 세계를 내면화 하면서 우주적 스케일로 펼쳐보였다. 그의 시는 마른 대지에 떨어진 이슬 한 방울처럼 구체적으로 사람에게 스며든다. 아주 겸손하면서도 도도하고 부드럽고 섬칫하게…. 그리고 그 이슬 한 방울로 잠깐 엄숙해지고 충만해지는 순간을 선사한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시인은 하늘과 땅을 잇는 영매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이덕규 시인)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나의 갈증에 커다란 호수를 주지 마세요,
빛을 청할 때 하늘을 주지 마세요,
다만 빛 한 조각, 이슬 한 모금, 티끌 하나를,
목욕 마친 새에 매달린 물방울같이,
바람에 묻어가는 소금 한 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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