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 책잔치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지금 내년 파주출판도시 일원에서 열릴 가을 큰 책잔치 준비에 한창입니다. 우리들 공동체의 삶을 반듯하게 일으켜세우는 이론과 사상으로서의 책과, 책의 문화를 몸과 마음으로 한껏 체험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보자는 것입니다. 이 지상의 아름다운 책들이 어떻게 생성·존재하며 우리들의 일상이 책의 문화와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구상하는 책 축제는 여느 책 축제 방식을 극복하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책 축제 또는 책 행사는 저자 또는 출판인들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파주책축제는 ‘독자’를 그 중심에 놓으려 합니다. 한 시대와 한 사회를 일으켜세우는 책의 문화는 사실은 독자에 의해 완결됩니다.

 

책을 쓰는 저자, 책을 만드는 출판인도 출판문화 창출의 주체들이지만, 무엇보다 독자가 그 필요·충분 조건입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책 축제는 독서인·독자를 주역으로 내세우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전제합니다. 책문화의 주체적 수용자로서, 책의 콘텐츠를 평가하는 독서인·독자들 없이 책의 문화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빈으로 책의 내용을 읽고 비평하는 세상의 독서인·독자들을 초대하려 합니다.

 

이젠 독서인·독자의 시대입니다. 저자의 정신과 이론과 사상이 독서인·독자에 의해 자리매김됩니다. 저자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독자가 저자입니다. 저자가 독자입니다. 한 장르에서 독자이지만 다른 장르에서는 저자가 됩니다.

 

출판사들이 운집해 있는 파주출판도시는 책의 주체인 수많은 저자들과 연계돼 있습니다. 아마도 수천명의 저자들을 초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책을 펴낸 외국의 저명한 저자들도 물론 초대될 것입니다. 이렇게 초대받은 저자들은 깨어있는 독자들과 담론할 것입니다. 독자들과 저자들은 출판문화의 주체로서 서로의 견해를 주고받는 아주 유익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국내외의 출판인·편집자·디자이너들이 아울러 초대됩니다. 책의 문화에 물적 재료를 공급해주고 구체적인 생산을 맡는 종이회사 관계자와 인쇄·제책 관계자들이 물론 초대됩니다.

 

우리들의 책 축제에는 책으로 가르치는 교육자들과 학부모들, 한 시대의 책의 문화를 온축시키는 도서관인들이 당연히 초대됩니다. 책문화의 정책관계자들도 초대돼야 합니다. 책의 문화 뒤켠에서 책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구체적 동력이 되는 이들의 존재가 사실은 망각되거나 무시되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합니다. 이들 출판 문화의 숨은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책의 문화, 새 차원의 지식정보를 토론하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파주책축제는 우리의 문화적 삶과 연관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책의 모든 주체들이 함께 기획하고 함께 누리는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책과 연관되지 않은 장르가 이 지식정보시대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창출해내는 콘텐츠, 보다 창조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지식과 정보와 에너지를 체험하고 축적하는 그런 축제를 우리는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축제도 참 많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책축제는 생산적인 지성과 아름다운 감성을 경험하고 축적하는 그런 기회가 돼야 합니다. 파주출판도시는 당초부터 이런 축제를 생각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파주출판도시의 이런저런 출판공간들이 독자들에게 공여돼야 합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파주출판도시 책방거리의 기획도 책축제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 언 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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