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배추값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연일 가격이 오르더니 급기야는 배추 한통에 만원을 훌쩍 넘었다. 민심이 떠들썩하고 언론매체마다 가격폭등에 대한 보도가 잇달았다. 외국 언론도 한국 배추값 폭등현상에 대해 보도를 했다고 한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려고 중국산 배추의 긴급 수입대책을 발표했고 선착순 일인당 3포기를 공급한다는 민심안정책을 내놓았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무엇일까? 주식인 밥과 뗄 수 없는 제1의 부식이다. 요즘 우리가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라면에 곁들여 먹는 것 또한 김치다. 갓 지은 밥과 김치는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 음식으로 식품이전에 우리의 문화이다. 민족문화란 한 민족이 갖는 정신적 물질적인 성과를 뜻하지만 돈으로 환산한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는 없다.
배추 파동의 원인을 알려면 배추란 상품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배추는 공장에서 설계도면에 의해 만드는 상품이 아닌 식물을 재배해서 생산하는 농산물이다. 그러므로 생산에서 출하까지 재배기간이 소요되고 품종의 유전적 특성, 농민의 재배기술과 재배환경의 3요인에 의해 생산량이 결정된다. 일년내내 배추를 생산하는 우리나라는 우장춘박사 이래 품종과 재배기술은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재배환경 중 토양은 개량의 여지가 있지만 기상은 가변성이 큰 자연환경으로 인간이 쉽게 제어할 수 없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고도 가끔 기상오보로 국민의 질책을 받는다. 물론 요즘 미래농업의 방안으로 회자되는 식물공장에서는 기상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투자비용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배추를 식물공장에서 생산하여 공급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이번 가을배추 생산량 감소의 원인은 파종기의 더위와 생육초기의 잦은 비 때문이라 한다. 농산물은 속성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조금만 넘쳐도 하락한다. 또 생산부터 판매까지는 일정기간이 소요됨으로 바로 공급을 늘릴 수 없어 파동이 오래간다. 대부분 국가들이 자국의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 수급에 관여하는 것도 이런 파동을 막기 위해서이다.
지난해 유사 이래 491만6천t의 쌀을 생산한 최대의 풍작을 이룬 해로 정부는 쌀 산업 관련자들에게 포상도 하고 큰 잔치도 베풀었어야 했다. 그러나 풍년의 기쁨은 온데 없고 농민, 정부뿐만 아니라 쌀 산업 종사자들 모두 가슴앓이를 했다. 관련기관에서는 연일 쌀 소비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대책마련을 위한 회의로 분주했다. 금년도 벌써 벼 수확이 마무리 되는 늦가을이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올해 쌀 생산량은 429만5천t으로 지난 해보다 12.6%인 62만1천t이 감소한 것으로 발표했다. 금년 생산량은 1980년 이후 지난 30년간 가장 적은 량이다. 올해는 태풍 콘파스와 벼 등숙기 기상의 영향으로 추석 전후부터 현장에서는 금년 벼농사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만약 주식인 쌀도 기상재해로 몇 해 연속흉년이 들어 생산량이 급감하면 배추처럼 긴급 수입하여 공급할 수 있을까? 물론 정부는 유사시를 대비하여 전 국민이 50~60일정도 먹을 수 있는 비축물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도 몇 해 풍년이 되면 쌀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흉년이면 쌀 수입과 증산장려 정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이웃 일본과 중국은 2020년까지 각각 50%와 95%의 식량자급율의 목표치를 설정해 식량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쌀 자급으로 식량자급이 되는 줄 알고 있지만 우리의 식량자급율은 26%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식량자급율의 목표를 설정하고 주요 작물별 적정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목표 생산량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거나 부족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만들어 국민들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 이것이 생산자와 소비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쌀과 밥, 배추와 김치는 우리의 양식이고 문화이다. 둘 다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우리의 문화이다. 과잉 시는 농민들이 아우성을 치지만 부족하면 소비자들 목소리로 난리가 난다.
황흥구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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