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앞마당이나 뒤뜰에 어김없이 한 그루씩 심어져 있는 감나무는 대표적인 정원 과수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만 뿌리내리고 살아온 고집스럽고 주체성 있는 나무다. 조선 성종 때 ‘국조오례’를 보면 감을 중추절의 제물로 사용한 기록이 있는데 이때부터 제례 때 ‘조율이시, 홍동백서’라는 말로 감을 중히 여겼음을 알 수 있다.
‘향약집성방’에서는 ‘속전시유칠절’(俗傳有七絶)’이라 하여 감의 7가지 덕을 알려왔는데 첫째 수명이 길고, 둘째 녹음이 짙고, 셋째 새가 집을 짓지 않으며, 넷째 벌레가 생기지 않고, 다섯째 단풍이 아름다우며, 여섯째 열매가 먹음직스럽고, 일곱째 낙엽이 거름이 된다 하여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좋은 나무라 예찬했다. 또한 감나무 줄기는 검고 잎은 푸르며 꽃이 노랗고 열매는 붉고 말린 곶감에서는 흰색의 가루가 표면에 붙어 있어서 감을 오색의 과일이라고도 한다.
감은 단감과 떫은감이 있는데, 단감은 추위에 약하여 남부지방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전체 재배면적은 2만6천㏊로 35만t이 생산돼 소비되고 있다. 생산액은 약 6천700억원으로 생산액으로 비교하면 사과에 이어 3번째 과일로서 농가의 중요한 소득작목 중 하나다.
눈을 많이 사용하는 수험생에게 감은 유용하며 펙틴 등의 수용성 식물섬유와 셀룰로오스 등의 불용성 식물섬유가 많이 포함돼 있어 동맥경화증, 관상동맥질환 등 심장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 또 떫은맛의 탄닌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암, 고혈압, 뇌졸중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특히 감은 무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가을에 단단한 생감을 잘 저장해 두면 색이 붉어지면서 더욱 먹음직스런 말랑한 홍시가 되고, 생감의 껍질을 벗겨 햇볕에 잘 말리면 겨울에 두고 먹을 수 있는 쫀득한 곶감이 된다. 최근에는 감을 이용한 가공품과 감 분말이나 액상형태의 식품첨가제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감나무는 땅을 가리지 않고 특별한 보살핌이 없어도 잘 자라는 온순한 온대과일이다. 봄에는 꽃을 먹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고 가을에는 아름다운 열매를 먹게 해준다. 작은 땅이라도 있으면 직접 심어서 곶감도 만들고 감잎차도 만들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대접해주면 어린시절 고향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최 동 로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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