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시험 본질 반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한

변호사단체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간에 첨예한 대립이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다. 변호사단체가 이미 변호사 숫자가 포화상태이므로 로스쿨 졸업생의 50%만 변호사 시험에 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되어 로스쿨 재학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하고, 정부종합청사에서 집단적인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갈등관계가 고조되고 있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졸업생의 80~90%의 합격률을 요구하고 있다. 변호사단체와 로스쿨 재학생들의 대립이 심해지자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2012 년 합격자수를 로스쿨 졸업생의 75%를 합격시키겠다고 결정해 발표했다.

 

2013년 이후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 방법은 추후 따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러한 법무부의 발표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더 큰 분쟁과 갈등의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변호사 수 많지 않아

 

오랜 진통 끝에 출범한 로스쿨들이 201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변호사 시험을 치게 된다. 로스쿨의 출범당시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로스쿨의 전체 정원을 2천명으로 제한했고, 뚜렷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학교에 따라 각각 150명 내지 40명씩 차등적으로 배정했다.

 

다양한 전공출신들이 변호사로 진출해 법률문화를 향상시키고, 전문화된 법률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목표로 출범했다. 실제로 로스쿨 학생들의 면면을 보면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지만 한의사, 배우, 시민운동가, 약사,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재학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이 예상되고 있다.

 

로스쿨이나 변호사제도의 취지를 살펴보면 변호사시험에서 합격률을 설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 합격률은 변호사의 총수를 제한하려는 발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합격률을 제한해서 변호사 전체의 숫자를 제한하려는 것은 변호사를 정원제로 운영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시험은 더 이상 자격시험이 아니라 임용시험으로 변질된다. 공무원시험은 임용을 전제로 하므로 당연히 정원이 있어야 하고, 이에 맞추어 합격률을 조정해야 한다. 변호사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하여 사회에 기여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직업인이다. 다른 직업인과는 달리 변호사만 정원을 제한해서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불가피한 공익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변호사는 최소의 능력과 품성을 갖추면 활동을 허용해야 하는 자격에 불과하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우리의 변호사 숫자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분야에 따라서는 변호사가 턱없이 부족한 곳도 적지 않다. 미국에는 변호사 1명당 인구 260명 정도이지만 우리나라는 변호사 1명당 인구가 5천명을 넘는다. 결코 변호사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

 

변호사 시험 자격제로 운영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업을 한 변호사들은 ‘좋은 시절이 다 갔다’라거나 ‘변호사는 희망이 없는 직업이다’는 말을 하곤 한다. 변호사가 되면 독과점 시장에서 각자가 사무실을 열고, 2~5명의 직원을 두고, 최고급 자가용을 기사에게 몰게 하는 직업상(職業像)을 기준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오늘날 사회는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는데 비해 유독 법조시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대형 로펌들이 법조시장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주된 활동의 분야는 여전히 소송관련업무가 주류를 이룬다.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분야가 적지 않다. 특히 정부영역, 기업영역, 시민사회영역은 여전히 변호사의 숫자는 많지 않은 편이다.

 

이제 변호사들이 변해야 한다. 변호사의 직업상을 바꾸어야 한다. 정원을 묶어 독과점이익을 누리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법조활동 영역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 변호사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다 보면 경쟁을 통하여 법조서비스의 품질도 개선되고, 활동영역도 넓어져 결국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에 변호사 시험은 더 이상 합격률이 아니라 일정한 능력과 품성을 갖추면 합격시키는 자격제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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