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첩보기관, 동맹국서 공작비자금 마련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이 미국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자금으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독일정부가 지난해 5천만 유로를 아프가니스탄 육군재건기금으로 냈으나 미군이 행정비 명목으로 15%정도를 공제했다.

 

나토주재 미국대표부는 지난 2월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에서 나토주재 독일 대사가 이 문제와 관련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대처방안에 대한 지침을 요청했다. 독일의회가 이 문제를 추궁하자 미국은 이 금액을 비상자금 등의 명목으로 설명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예산은 의회에서 승인되고, 단돈 1달러라도 사용기록이 남아 법정 시한이 지나면 일반에 공개되고,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밝혀진다. 건국 전후 우리나라 사람이 돈을 받고 미국 첩보기관을 위해 일했던 기록이 몇 년 전 밝혀져 그 후손들이 당혹스러워했었다.

 

이번의 아프가니스탄 지원금처럼 일부가 미 의회예산 밖의 회계분야에서 처리되었다면 그 용처가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자금은 미 의회가 추적하지 못하는 일에 쓰였을 테고, 그 자금이 어느 국가의 목을 조를지는 단지 자금 집행인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메랑이 되어 자금을 제공한 정부의 목을 조를 가능성도 100% 배제할 수 없다.

 

이 전문은 미국이 같은 성격의 자금을 우리정부에도 요구했고, 2010년 우리정부가 예비비에서 이 돈을 집행했다고 말한다. 이 점이 우리를 당혹스럽고 불안케 한다. 미 첩보기관이 우리에게만은 독일과 달리 특별한 예외를 두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팀 와이어는 이 같은 전례를 그의 저서 ‘잿더미의 유산’에서 밝혔다. 미국은 2차대전 후 유럽재건(마샬플렌) 기금을 이용했고 일본의 전후자금처리에서도 공작자금을 마련했다. 또 최근에는 각국에서 개인이 기업활동으로 돈을 벌게 하고, 그 자금을 이용해 비밀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한다. 사후 공개될 문서로 인한 파장을 사전에 차단키 위한 또다른 공작인 셈이다. 새삼 첩보공작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신현덕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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