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귀로 소통하자

2010년 우리 사회 주요 화두 중 하나가 소통이었다. 이에 힘입어 스마트폰과 트위터는 6월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보여주면서 열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스마트폰 열풍과 트위터를 유행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 중 하나가 정치인들이다. 유명 정치인들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혹은 트위터를 통해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유행을 확산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여의도 국회는 3년 연속 날치기와 몸싸움으로 2010년을 마감했다. 그 후에도 청와대와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 서로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소통이 안된다’는 것이니 코미디에 가깝다. 국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역시 마지막 날까지 극단적 대립을 계속했고, 부천시의회를 비롯한 기초의회에서도 일방처리, 몸싸움, 소송사태 등이 줄을 이었다. 국회와 광역의회, 기초의회를 가리지 않고 서로 경쟁적으로 소통부재의 난장을 연출했다.

 

의회는 소통을 기본적인 존재 이유로 하는 국가기관이다. 만일 모든 것을 표대결로 결정할 거라면 4년에 한 번 선거만 치르면 되지, 의회는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소통을 목적으로 국민세금에서 세비받는 정치인들은 ‘소통이 안된다’고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의 존재이유부터 잘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몸싸움과 일방처리 와중에도 의원님들 개개인은 열심히 소통에 몰입하고 있다. 다른 의원의 발언 중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몸싸움 와중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린다. 그렇다면 면전에서는 상대방과 말도 제대로 통하지 못하면서 대체 누구랑 무슨 내용으로 그 많은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은 휴대폰과 TV를 끄고 나니 비로소 서로에 대한 관심과 진지한 대화가 시작되더라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소통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귀와 그의 주장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정치인에게 중요한 소통의 방식은 지지자들과 댓글놀이하는 것보다 공론대화에 충실한 것이다. 마침 금년 신묘년은 토끼해이니 그 큰 귀를 닮아 비난에 앞서 먼저 듣는 제대로 된 소통의 정치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진국 생활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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