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우파간의 이념 양극화

무상급식으로 인한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에선 미봉적인 타결을 본 셈이지만 서울시에서는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다. 시의원들이 시장을 직무유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시장은 시의회가 의결한 무상급식에 관한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의원총회를 열어 무상의료를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또한 무상보육과 대학생 반값 등록금도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반값 등록금, 반값아파트를 공약한 적이 있어 ‘공짜복지’ 행진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좌파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보편적 복지’라는 구호아래 공짜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복지정책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한정하지 않고 전국민에게 확대하여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우파 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에서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한다. 즉, 복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 한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상급식 관련 충돌 여전

무상급식의 수혜대상 범위를 둘러싼 복지이론의 충돌은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전면전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격차를 표현하는 ‘양극화’라는 말이 이제는 복지를 둘러싼 좌파와 우파간의 이념적인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면 복지논쟁은 내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선거판의 지축을 흔드는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좌파와 우파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초래하여 국가를 두 조각으로 갈라놓고 반목과 대립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나라를 두 동강내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한 학계와 시민사회의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

 

복지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복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하고 종합적인 인식을 필요로 한다.

 

우파가 자유와 경쟁을 통한 발전을 추구한다면 좌파는 분배를 통한 형평을 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좌파는 결과의 평등을, 우파는 과정의 평등을 강조한다. 어느 이념이 타당한지는 절대적이지 않다.

 

곳간이 텅텅 비어 있다면 곳간을 채우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빈 곳간에서 분배를 주장하는 것은 굶주림의 공유를 의미하는 공허한 주장이 된다. 좌파정책이 설 자리가 없다. 반대로 곳간이 넘쳐흐르는 데도 불구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국민을 위해 곳간에 쌓기만 할 뿐 곳간의 문을 열지 않으려고 한다면 탐욕스러운 우파정책이 된다. 주어진 여건과 사안에 따라 우파정책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좌파정책이 요구될 수도 있다. 좌파건 우파건 시대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자신의 정책을 절대시하여 다른 정책을 힘으로 누르려고 한다면 전체주의를 초래한다. 좌파전체주의로 공산주의와 우파전체주의로 파시즘을 들 수 있다.

 

항상 공존하며 균형점 찾아야

20세기에 우리는 좌우의 타협없는 절대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였는지를 경험으로 확인했다. 상호간에 사생결단하는 절대적 좌파와 절대적 우파는 공히 우리가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인간성에 대한 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비싼 댓가를 치르고 배운 셈이다. 좌파정책이든 우파정책이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를 갖는 것이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약간 무게의 중심이 이동할 수는 있지만 항상 공존하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좌파는 발전 내지 성장을 고려한 배분을 추구해야 하며, 우파는 형평 내지 배분을 함께 고려한 성장과 경쟁을 생각해야 한다. 복지를 논의함에 있어서도 좌파와 우파는 절대적인 교조적 이념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회적인 약자를 배려하면서도 자유와 성장을 동시에 보장하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마음을 열고 논의해야 한다. 공산주의나 파시즘의 전체주의 망령이 자유로운 논의를 위협하는 경우에는 공동의 적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제거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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