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입춘 오기 전에 해야

깊은 산 속, 원숭이들만 모여 사는 마을에 흉년이 들었다. 겨울이 되자 그 해에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산과 들은 온통 눈밭으로 변했다. 동굴 속에 갇혀있던 원숭이들은 식량이 거의 떨어져가자 봄이 올 때까지 남은 먹이를 어떻게 나누어 먹어야할지 토론을 시작했다. 연장자 순으로 나눠야 한다는 쪽, 어린 아이부터 먹여야 한다는 쪽, 배가 고픈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니 그냥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식으로 갑론을박하는 모습은 흡사 인간세계를 닮았다.

 

돌연 힘 센 젊은 원숭이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들이야? 힘센 자가 먼저 먹고 살아 남아야 종족을 보존해 갈 수 있어!” 장내가 술렁거렸고 금세라도 큰 싸움이 일어날 것만 같은 험악한 분위기로 변했다. 그 때 아기 원숭이가 엄마 원숭이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봄은 어디서 오는거야?” 순간, 동굴 속이 조용해졌다.

 

엄마가 대답했다. “봄은 저 먼 산 너머에서 오는 거란다.”

 

“그럼 우리가 봄을 찾으러 가면 되잖아요?” 아기 원숭이가 다시 물었다.

 

“이 바보야, 봄을 어떻게 찾아가? 그냥 여기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 봄이 우릴 보지 못하면 굶어 죽어요. 그건 아주 오랜 옛적부터 내려오는 우리 원숭이 세계의 전통이지.” 곁에 있던 늙은 원숭이가 점잖게 일러주었다.

 

어려움 닥치기 전 대비책 계획

 

그 말을 들은 어린 원숭이가 갑자기 몸을 날려 동굴을 빠져 나갔다.

 

“봄이 먼저 오지 않으면 내가 봄을 맞으러 갈 거예요!” 깜짝 놀란 엄마 원숭이가 아기 원숭이를 잡으러 뛰어갔다. 젊은 원숭이들도 원숭이 모자를 구하러 동굴 밖으로 달려 나왔다. 늙은 원숭이들도 하나씩 앞서 나간 원숭이들을 구하러 뒤를 따랐다. 원숭이들의 행렬이 산길을 덮었다. 며칠 밤과 며칠 낮 동안 수백 개의 산을 넘어 마침내 따스한 바람과 함께 피어나는 봄꽃을 맞이했다는 이야기, 동화다.

 

몇 십 년 만의 추위라나,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게다가 구제역까지 겹치고 줄어드는 일자리 때문에 설상가상이란 말이 실감난다. 대체 얼마나 멋진 봄이 오려고 맹추위가 이어질까?

 

입춘이 되어서야 봄이라 느끼는 건 원숭이 세계와 빼닮았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올 때 봄맞이를 하면 늦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대비책을 강구하면 낭패를 겪는다. 유비무환, 단어나 외우라고 생겨난 말은 아닐 터이다.

 

요즘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떠나 진정으로 복지사회가 이루어지길 싫어하는 이는 없겠다. 하지만 좀 나은 사람이 덜 나은 사람을 돌보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도 뭔가 꺼림직한 건 ‘공짜’라는 말 때문인 것 같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도 자라면서 귀가 따갑게 들어온 말이다. 굳이 대가는 아니더라도 고마움을 전하는 복지문화를 찾아볼 수는 없는지?

 

역경 끝에 오는 봄의 기쁨 더 값져

 

공짜로 어떤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고마워할까? 도움을 주겠다는 이들은, 도움을 받는 이의 자존심에 대해서도 한 번 쯤 짚어보아야겠다. 여럿이 모인데서 장학금을 전달하며 “네가 불우해서 도와주는 것이니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길 바란다.”라며 사진을 함께 찍는 순간, 받는 이는 자존심에 큰 상처받을 수 있다. 마음의 상처가 고마움보다는 복수심으로 자라게 해서는 안 된다.

 

간밤에 싸락눈이 살짝 내리더니 기온이 다시 올라가고 봄기운이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정말 봄이 오고 있나 보다. 봄은 누구에게나 다가갈 것이다. 연초부터의 맹추위와 지난한 일들로 고생하고 좌절하는 이들에게도 봄은 온다. 그럴수록 봄맞이하는 기쁨은 커질 것이다. 역경을 겪고 다시 피어날 꽃들은 내성도 강할 것이다. 우리 주변의 모두에게 화사한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봄을 찾아 나선 아기 원숭이처럼, 마음의 봄을 찾아 떠나 보자.  강우현 남이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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