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필요하지만 18대 국회 자격 없다

헌법은 한 나라의 기틀을 정하고 국민생활의 기본원리를 규정하는 최고 규범이다. 그런데 정치권 일부 세력이 헌법을 개정하자고 개헌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현행 헌법이 낡고 많은 문제가 드러났으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동의도 없이, 6개월 만에 뚝딱 해치우겠다니, 그 자체가 헌법을 업수이 여기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이 20년이 넘다 보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자치다. 당시에는 지방자치가 없다 보니 헌법에도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 반드시 헌법개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30개 조항도, 당시에는 선언적 의미에 무게가 두어졌다. 이제는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구로 격상시켜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권 교체를 경험하고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었으며, 변화된 남북관계 등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차대한 헌법개정을 누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우선 한마디로 18대 국회는 개헌을 추진할 자격이 없다. 지난 2008년 총선 이후 18대 국회가 지난 3년 동안 보여준 모습은 국민의 대의기관을 자처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의석은 심각하게 불균형하고, 3년 연속 날치기와 몸싸움을 되풀이해 왔다. 아마도 헌법을 가장 유린한 당사자들이 아닐까? 정치권은 그동안 개헌문제를 ‘권력 구조 문제’로 축소하거나, 심지어는 ‘대통령 임기 문제’로 호도하는 정략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17대 국회에서의 개헌 합의도 그런 정략적 야합에 불과하다. 현재 개헌을 추진하는 일부 정치세력의 작태야말로 가장 반헌법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략적 꼼수 개헌은 안된다. 현행 헌법조차도 전두환 독재에 맞선 7년간의 국민적 저항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참여형 개헌이라야 한다. 18대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및 공동서약, 19대 국회에서 정치인뿐 아니라 각계 대표가 참여하는 개헌 추진기구 구성, 다음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국민참여형 개헌으로 추진하는 것이 온당하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국민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헌법 제1조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며 ‘헌법정신의 수호’를 외쳤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김진국 생활정치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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