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와 선비의 기상이 그립다

눈 속에 매화라고 이름 지어진 설중매(雪中梅),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다. 하얀 눈 속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의 정취는 그 의미하는 바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 전역에서는 매화를 겨울의 꽃으로 감상하기는 어려운 처지이다.

 

매화는 대개 산수유나 개나리 등과 같이 이른 봄을 장식하는 꽃들과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운다. 매화를 사랑했던 대표적인 분이 퇴계 이황이다. 그의 마지막 말씀이 ‘매화에 물 주어라’ 였다고 하고 매화를 노래한 선생의 시가 100편이 넘는다고 하니 그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만 하다.

 

우리 사회 면면을 살펴보면 끝없이 노력하는 국민들이 많아 오늘의 부강을 이끌어 왔다고 생각된다. 이들을 바로 이끈 이들은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아니라 이 나라 교육자들의 헌신적 노력과 부모들의 자녀사랑이 교육매체와 역동적으로 작용하여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것이라 자부한다. 오죽하면 외국의 유명인사가 한국의 교원이 국가건설의 주역으로 부각시켰을까?

 

당시의 교육자들은 인센티브나 사회적 보상보다는 교육자적 사명으로 형성된 우리 민족 교육자들의 자긍심인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모두들 인센티브 등 개인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가는 세태를 보면서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과연 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자못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눈 속의 매화처럼 그 향기가 진하지 않더라도 자신 고유의 자태를 뽐낼 수 있는 자존적 리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세태의 가치에 눈 돌리지 않고 자신만의 향기를 은은히 내뽑는 설중매 같은 지도자 교육자들이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하지 않을까. 퇴계 선생의 교육자적 안목과 매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오늘날 우리 세태에 주는 교훈을 같이 생각하기를 바란다.

 

여주가 고향인 정용진 시인의 시집 ‘설중매’에서 읽었던 ‘이 아침 / 세한삼우(歲寒三友) / 올곧은 선비의 / 지조(志操)로운 천품(天稟)으로 / 산가(山家)를 가득 채우는 / 설중매의 그윽한 향기’ 라는 시 구절이 떠오른다.

 

오늘 아침, 매화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철웅 포천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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