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집에는 두 명의 조카 딸이 같이 지내고 있다. 방사선을 피해 일본에서 피신해 온 아이들이다. 도쿄에서 사업하는 처형은 한국에 며칠 머물다가 사업이 걱정되어 일본으로 돌아가고, 일본 지방으로 피신해있던 처남은 아이들만 한국에 보낸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대재난에 임하는 일본인들의 침착함을 보도하는 기사가 많았는데, 국민성이 그런 면도 있겠지만 일본 정부의 정보 은폐, 축소도 한몫을 했다고 보인다. ‘격납용기 때문에 안전하다’,‘격납용기가 파손되어도 방사능 누출은 없다’, ‘방사능이 누출되어도 인체에 영향이 없다’ 등 계속되는 일본정부의 말 바꾸기에 침착했던 일본인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1978년 후쿠시마 원자로가 제어불능상태에 빠져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임계사고’가 났었는데 이를 은폐하다가 2007 년에 폭로되어 일본전력 임원 5명이 쫓겨나는 전과가 있다. 이것이 지난 14일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 3호기이다. 1986년 소련도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며칠 동안 사고 자체를 은폐했고 원전해체 작업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려주지 않고 투입해 20여만 명이 피폭되었다. 수백만 명의 유럽인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왜 그럴까? 왜 이런 범죄적 은폐 축소가 반복되는 것일까?
생각해 보건대, 그동안 주장해온 안정성과 기술력에 대한 주장이 뒤집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일본전력과 정부는 앞으로 원자력산업계획의 차질과 수출까지 걱정했을 수도 있다. 실제 사실과 이후 예상 가능한 것을 다 알렸을 때 따르는 대국민 혼란과 무대책이 걱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은폐는 범죄행위이다.
최악에 대비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은 물적 투입과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이것만이 안전을 지키고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불과 얼마 전 정부와 경기도가 구제역 초기 대응과정에서 최악에 대비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에 기댄 안이함이 사태를 더 키웠던 아픔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원자력 안전성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정부의 큰소리에도 걱정하고 있다. 대지진이 없다고 원자력이 안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스리마일과 체르노빌은 자체 사고와 실수 탓인 것이다. 편서풍 바람에 자국민의 안전을 의지하고, 방사능 낙진 가능성 유포자 색출에 나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것인가?
일본 대재앙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 정확한 정보공개와 최악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근본적으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나가는 방향설정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고영인 도의회 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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