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주택정책에서 손떼야

중앙정부가 주택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지방세인 취득세를 절반으로 감면하겠다는 조치를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의 시장과 도지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의원들과 시장·군수·구청장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취득세는 지방재정의 근간을 이루는 지방세다. 중앙정부의 방안대로 취득세가 절반으로 인하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적으로 매우 어렵게 된다.

 

취득세의 55%를 수입으로 하는 시·도가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경기도의 경우 5천194억원, 서울은 6천85억원의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정부의 경비가 인건비 등 대부분이 경직성 예산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지방자치단체들이나 교육청이 계획하고 있는 대부분의 자체사업들은 큰 타격을 받고 주민들의 불편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점에서 자치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취득세 인하되면 자치단체에 타격

 

중앙정부는 지방세인 취득세를 절반이나 감면하는 정책을 발표하기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방자치단체들과 한마디 논의도 없었다. 중앙정부는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감소를 지방채 등 다른 방법으로 보전해 주겠다고 하나 부도나기 쉬운 어음에 불과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는 반드시 이해당사자인 지방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지방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중앙정부가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지방정부의 대표자로 구성되는 참의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지방세인 취득세는 지방의 존립기반이 되는 주요 세원이다. 지방세의 세목이나 세율을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나라도 적지 않다. 주택거래 촉진을 위해 중앙정부가 가진 여러 정책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은 피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핵심적인 수입원인 취득세를 희생양으로 해 중앙정부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중앙정부의 자세에는 심각한 반지방자치적인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세금은 원칙적으로 정부의 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것이다. 지방의 지출은 지방정부가 결정하므로 이를 감당하기 위한 지방세의 세율도 당연히 지방정부의 몫이 돼야 한다. 그래야 지방이 지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고, 주민들도 지방정부의 지출행위에 대해서 그 타당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견제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따라서 취득세의 세율은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자기책임성을 위해서나 지방정부의 재정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나 절실히 필요한 것이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지방의 주택수급문제, 부동산 정책을 왜 중앙정부가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마다 부동산이나 주택사정이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중앙정부가 획일적인 잣대로 전국에 동일한 처방을 내릴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정책 지방정부로 이양을

 

같은 대도시라도 서울과 광주의 주택정책이 같을 수는 없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편 온갖 주택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없었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전국의 모든 지방에 똑같은 처방을 내리는 중앙정부의 무능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곳에도 맞지 않은 정책이 되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앙정부는 부동산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를 인정하고, 전국민을 괴롭힌 것을 사죄해야 한다.

 

이제 중앙정부는 주택정책에서 손을 떼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부동산정책과 부동산세금에 관한 문제를 지방정부가 결정하고 책임도 지도록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실련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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