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Metro] 민심에 열린 시정
‘중앙로 리모델링’ 상인 직접 설득
“창의적 공무원이 지역발전 이끈다”…보고 회의 퇴출 ‘아이디어 미팅’
2010년 여름 무렵 안성시의 중심인 중앙로 일대가 시끄러워졌다. 안성 주민들의 상징과 같은 길을 리모델링 하겠다는 시 당국에 맞서 상인들이 “공사 기간 중에 장사가 안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시가 43억원을 들여 거리를 정비하고 왕복 4차로 중 1개 차로를 줄여 시민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차로가 줄어 불편하고 유턴이나 좌회전이 어렵다는 불평, 그렇게 많은 사업비를 들여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불평 등이 쏟아져 나왔다.
시는 당초 상인 70%가 찬성하면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초기 찬성 여론은 이에 못 미치는 67%였다.
안성시가 택한 수단은 ‘소통’.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장까지 나서 상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공사기간 중에는 다소 불편하겠지만, 거리가 깨끗해지면 장사도 잘될 것 이라며 일일이 상인들을 만나고 설득을 한 끝에 재 설문을 통해 공사 찬성률은 82%로 올라섰다.
공사 기간 중에는 중앙로의 많은 점포들도 각자 리모델링을 했다. 거리가 새롭게 단장된다니 이참에 오래된 점포도 새 단장을 하자는 분위기가 상인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이제 새 단장을 마친 중앙로는 너저분하게 늘어진 전깃줄이 사라지고 시민들이 쾌적하게 걷고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됐다.
안성시는 중앙로를 ‘소통의 상징’으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반대 의견을 존중하고, 설득하기 위해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니 멋진 거리가 탄생을 한 것이다.
지금 쾌적하게 정비된 중앙로에서는 시민과 시민이, 손님과 상인이 소통을 하고 있다. 그 소통도 시 당국과 상인들의 소통이 먼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안성시는 중앙로 사례에서 보듯 ‘소통행정’을 강조하고 있다.민선 5기 들어 가장 먼저 바뀐 행정이 바로 ‘회의’였다.
아랫사람이 윗사람한테 보고를 하고 지시 사항을 받아 적는 식의 고리타분한 회의는 지금 안성시에 없다. 모든 회의가 토론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안성시는 시민과 소통을 위해 올해 ‘함께하는 열린 시책 협의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관련 전문가와 일반 시민을 망라한 협의회를 구성해 주요 시정에 대한 평가와 의견 개진 등을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열린 시책 협의회는 시정 평가 및 현안논의, 지역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까지 하게 된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2천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사회 경제 욕구 조사’도 실시한다. 기업이 소비자의 성향과 욕구를 알아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듯이, 시 당국도 시민의 의견을 알아야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시 관계자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1:1 개별 면접조사로 시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들만 정책을 만들던 관행도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안성시는 공무원들이 연구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라는 취지에서 ‘안성비젼 T/F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데, 여기에 각계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정책 수립 단계부터 민간전문가 참여…블로그 통해 주민과 소통
안성시 공무원이면 누구나 민간 전문가와 T/F를 꾸려 자료를 수집하고 정책을 연구하고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민간의 많은 전문가와 소통하고 대화하라는 취지에서 나온 일이다.
실무 공무원들과 정책 결정자들 간의 소통도 중시되고 있다.
안성시는 딱딱한 보고형식의 회의가 아니라 아이디어 창출 회의를 강조하고 있다. 형식도 호프데이, 워크숍, 현장 벤치마킹 등으로 자유롭게 풀어 놓았다.
부서별로 매월 둘째주 수요일까지 시정전반에 대한 자유 아이디어 창출 회의를 개최해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셋째주 화요일에는 실무부서에 접수된 아이디어들을 심사한다.
넷째주 화요일에는 추려져 올라온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시장과 부시장, 국·소장, 제안자 등이 모여 최종 논의를 한다. 그리곤 최종 심사에서 선정된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포상도 하고 정책으로 채택도 한다.
안성시는 실무 심사를 통해 연간 240건의 아이디어를 접수한다는 계획이며, 현장 심사를 통해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월 3~5건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연말에는 그중 가장 훌륭한 아이템들을 골라 시상한다.
아이디어 창출회의는 실무 공무원들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고, 이들이 최고 결정권자인 시장 및 간부공무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있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 여부를 떠나 시정 전반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고 있어 부서별 소통에도 도움이 되고있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을 통한 소통도 안성시가 중요시 하는 부분이다. 안성시는 이미 안성시정 전반을 관심 있게 알릴 수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1일 2천여명이 다녀가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시정에 대한 다양한 소감과 의견들도 개진되고 있고, 시정 홍보를 위한 블로그 기자단은 네티즌들과 안성시를 소통하게 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의 대학생들도 안성시의 주요 소통대상이다.
안성시는 “안성 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미래 안성의 고객이자 홍보요원”이라며 학기 초 신입생들을 위한 명소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의 방송 전공 학생들이 직접 안성의 명소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제작하고, 이를 지역 케이블을 통해 방영하는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안성의 명산, 안성의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안성의 문화재 등의 프로그램이 학생들에 의해 제작된다.
황은성 시장은“소통 행정의 대상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 학생, 네티즌 등 모든 계층”이라며“다양하고 폭넓은 소통을 위해 시정에 오픈 마인드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 = 박석원기자 swpar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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