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Metro] 소프트웨어 시정
“군포하면 ‘책’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만들겠다.
시민들이 즐겁게 책을 읽고 서로 토론하며 창작과 비평이 함께하는 복합문화도시가 군포의 미래 모습이다”
인구 28만 중소도시 군포에 시민들의 독서열풍이 불고 있다.
민선 2,3기 군포시장을 지냈던 김윤주 시장이 ‘책으로 소통하는 군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책 읽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정책비전실에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책 읽는 군포’에 주력하고 있다.
군포는 반경 3km내에 아파트 단지와 학교 40여곳 등이 밀집돼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시민들의 교육과 학습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연결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특히 군포는 도내에서 도서관 이용횟수 1위, 도서대출율 2위를 기록하는 등 다른 지자체에 비해 시민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시립도서관 5곳…마을 구석구석에도 ‘작은 도서관’
군포지역에는 중앙·산본·어린이·당동·대야도서관 등 시립도서관 5곳이 있다. 마을마다 작은도서관도 21곳이다. 특히 중앙도서관은 최신시설을 자랑하고 있고 산본도서관은 1층 유아실을 한옥으로 리모델링했다.
시는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 쉽고 편리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원, 주민센터 등 편의시설마다 작은도서관을, 경로당, 아파트관리사무소, 전철역 등 공공시설에는 맞춤형 작은문고를 설치할 계획이다. 중앙공원과 삼림욕장 등에도 야외북카페를 설치 중이다.
군포 거주 작가들에 대한 지원시책도 적극 펼친다. 창작센터를 제공하고 공공도서관에 군포 출신 또는 거주하는 작가들의 책을 우선 비치할 방침이다. 작가초청 강연회는 이들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 시민들이 ‘살아있는 책’을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도종환 시인 등을 초청해 인문학 강의를 가졌으며 지난달에는 소설가 성석제씨를 초청, 시청 대회의실에서 강연도 했다. 각 학교와 노인복지회관 등에서는 찾아가는 인문학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는 독서가 시민의 의식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 도시경쟁력은 물론 청소년교육도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전문가, 사서, 교수, 작가 등 25명으로 구성된 범시민 추진단을 발족했다. 앞서 ‘책 읽는 군포’를 상징하는 심벌도 제작했다. 또 추진단 출범과 함께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신생아를 대상으로 위드북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년 3천400여명의 신생아들에게 책과 출산축하용품을 전달하고 도서회원카드를 발급해준다. 신생아와 산모에게는 책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1년 군포의 책 선정…창작과 비평의 산실로
시는 연중 책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지난 1월에는 ‘책 읽는 군포’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어떤 책을 읽을까?’라고 고민할 때 독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면서 대출가능한 도서관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책을 교환하거나 사고파는 중고책 나눔장터도 도서관 5곳에서 연중 펼친다.
시는 ‘한도시 한책 읽기’ 사업으로 ‘2011년 군포의 책’을 선정했다. 지난 4일 소설가 성석제씨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란 소설집이 바로 그 것이다.
시는 군포의 책 선정에 앞서 김난도의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안도현 소설 ‘연어이야기’, 신영복 에세이 ‘처음처럼’,한수영 소설 ‘플루토의 지붕’, 성석제 소설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등을 최종 후보도서로 선정했다.
이어 지난 3월23일~25일 전화조사와 시청 홈페이지 설문조사, 도서관 설문조사, 길거리 투표등을 통해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했다.
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4일 책읽는 군포도서선정위원회를 개최, 성석제 작품을 올해 군포의 책으로 최종 선정했다.
이 소설은 지난 2000년 동서문학 겨울호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농촌 마을에서 반푼이로 취급받는 가난하고 어리석은 농부 황만근의 일대기를 약간의 과장과 골계를 섞어 재미있으면서도 슬프게 그려낸 작품이다. 각종 부채로 얼룩진 농촌의 현실과 메말라가는 인정을 통해 삶의 어두움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세상의 공식적인 길에서 한치 비켜난 예외적인 인물들의 생에 주목함으로써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유쾌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는 지난 2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군포의 책’ 선포식을 가졌다.
문인들이 살고 싶어하는 ‘보석같은 도시’
시는 다음달 1일 철쭉동산에서 소설가 성석제, 가수 안치환을 초청해 북 콘서트를 연다. 또 도서관 자원봉사자의 독서지도자 양성과 독서모임 활성화를 유도하고 시각장애인 등에게는 방문형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등 소외계층 서비스를 적극 확대할 예정이다.
창작에 관심있는 시민들에게는 자신의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 온라인을 통해 독서릴레이를 펼치고 서평을 공모해 우수작을 시상하는 한편 맞춤형 강의, 독서모임, 문학동아리 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시는 올해 처음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은 ‘책이 열리는 나무’를 펴냈다. 이 책에는 일방적 홍보 일색의 관공서의 홍보지와는 달리 알차고 유익한 책 관련정보, 독서기법, 작가소개, 시민들의 문학작품 등을 담고 있다.
지난달 20일 발행된 창간호는 표지부터 꽃을 주제로 계절감을 표현, 타이포그래피로 계간지의 성격을 표현했다. 지역의 대표 문인인 김동호 시인의 ‘꽃과 종’이라는 권두시를 포함해 군포 출신인 성석제 작가와의 하루코너가 눈길을 끈다. 군포에 살다 최근 별세한 고(故) 리영희 교수 부인 윤영자 여사의 인터뷰도 실려있다.
독서달인에게 배우는 맞춤형 독서법과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전자책 정보코너도 볼거리다. 도서관 코너에는 수리산 아래 휴식그늘인 ‘중앙도서관’과 프랑스의 미테랑국립도서관이 소개돼 있다. 이 밖에 독자서평, 시, 산문 등 지역의 숨은 작가의 작품도 실려 있다.
김윤주 시장은 “올해는 ‘책 읽는 군포’의 원년인만큼 시민들에게 이 사업을 알리고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할 계획”이라며 “‘책 읽는 군포’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며 10년, 20년이 지나도 군포를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군포=이정탁기자 jtlee@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