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의 광역장사시설에 주목한다

신록의 계절 5월이다. 겨울 내내 앙상했던 나뭇가지는 녹색의 새싹이 돋으며 자연의 변함없는 생명력을 인간에게 보여준다. 자연은 변함없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한번 태어나면 죽음과 만나게 된다. 돈 많은 이나 국가 권력을 휘두른 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이에게도 죽음은 찾아온다. 죽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지만 산 자가 죽은 자에 대해 장례를 통해 마지막 예를 표한다. 장례문화에는 매장과 화장이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장례 절차를 위한 장사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 내가 자란 이 지역에 조성되서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이 만연하다. 도내 일부 시·군은 주민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 장사시설을 추진하려 하지만 유치지역 주민들과 정치권 등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자체가 무산되거나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사시설을 찾아다니는 ‘원정 화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용료 또한 화장시설이 있는 해당 지역 주민보다 최고 20배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 경기도내 화장 비율도 2000년 42%에서 2011년 현재 7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포천시가 국내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역장사시설이 주목된다.

 

장사시설 건립에는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예산이 소요되고 건립 이후 운영에 있어서도 흑자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초기 건립 비용을 절약하고 적자 운영에 따른 예산 보전을 방지한다는 의미에서 포천시의 광역 화장장 건립이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지역이 산으로 이뤄진 포천시의 특성상 재정자립도가 32%이며 경기도내 지자체 중 27순위에 불과하다. 이렇듯 재정이 다른 시·군에 비해 열악한 포천시가 인근 지자체의 비용을 지원받아 초기 비용을 절감하고 참여 지자체는 부지 조성에 대한 부담과 주민과의 갈등을 빚지 않는 상생의 길을 모색한 것이다. 더욱이 포천시는 행정당국이 부지를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관례를 벗어나 장사시설 유치를 희망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소통 행정이며 역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방증하듯 시가 지난 2월말 공동장사시설 유치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16개 마을이 신청을 했으며 이 중 가산면 우금리, 영중면 성동리, 영북면 문암리, 화현면 화현리 등 4곳을 대상으로 유치 선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마을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폐합까지 추진하며 경쟁을 벌였다.

 

이 같은 결과는 공동 장사시설 유치 마을에 장사시설 매점과 자판기 등의 판매권을 우선 부여하고 시 조정위원회를 통해 마을발전기금을 조성 지원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또 장사시설을 더 이상 혐오 기피시설이 아닌 깨끗하고 친환경적 시설로 받아들이는 의식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사실 장사시설은 대부분 지자체가 추진하고 싶어도 주민 반발이라는 역풍을 만나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거나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워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의정부, 양주, 동두천, 가평, 남양주, 구리 등 경기북부 6곳과 강원 철원 등 모두 7곳이 이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혀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다. 당초 화장로 4기를 검토했으나 최종 확정될 경우 9~10기로 늘릴 계획까지 세웠다니 가속도까지 붙은 셈이다.

 

북부지역의 화장 수요를 감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천시의 광역장사시설을 수범 사례로 서부지역 지자체들과 주민들도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화장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시·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화장률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제 화장시설의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기독교 문화의 선진국인 영국, 스위스, 덴마크 등도 화장률이 70%대에 이르고 있다. 장사시설은 더 이상 혐오 시설이 아닌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공간이며 어울림의 장이 돼야 한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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